■ 두향杜香의 일편단심 1편
■ 두향(杜香)의 일편단심 1편
훌륭한 성인군자(聖人君子)도 사랑은 한다. 퇴계 이황에게도 한 기생과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있다. 이황은 48세 때 단양군수를 제수(除授)받아 부임하게 되었다. 당시 경직(京職)에 있던 관리가 지방으로 부임하게 되면, 노복(奴僕) 한 명과 아들 한 명을 데리고 갈 수 있었다.
이른바 단신부임이 원칙이었다. 그 대신으로 그 관청에 속한 관기(官妓)가 밤낮으로 관리의 수발을 들었다. 춘향전에서 남원 변사또가 기생 점고(點考)를 하고, 춘향이에게 수청을 들라 한 것도 이런 법도에서 나온 것이다. 변사또의 전임사또인 이몽룡의 아버지도 부임할 때 이도령과 방자만을 데리고 갔던 것과 같다.
퇴계가 단양군수로 부임했을 때 수청을 든 관기는 18세의 두향(杜香)이었다. 두향은 조실부모(早失父母)하고 고아가 됐는데, 퇴기(退妓)인 변씨가 데려다가 시문(詩文)과 가야금을 가르쳤다가 후에 기적에 올리게 되었다. 변씨는 매화 분재(盆栽)를 잘했는데, 두향도 이를 따라 배워서 분재에 능했다.
퇴계는 2년 전 둘째 부인 권씨와 사별한데다가 이어서 아들까지 잃어 외로움과 수심에 가득 차 있었다. 이렇게 우울할 때 절세미모에다 시문에도 능한 젊은 두향을 본 퇴계는 첫눈에 마음에 들어하며 애지중지하게 됐다. 두향이도 학문과 도덕이 높은 사또를 가까이에서 모시게되어 흠모하고 존경하였다. 이렇게 둘은 첫눈에 서로 좋아하며 마음속으로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퇴계는 시간이 나면 두향과 함께 강변을 거닐기도 하고, 강가에 자리 잡고 앉아 두향이 타는 가야금 소리를 감상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두 사람의 정은 더욱 깊어만 갔다. 퇴계는 단양의 경치가 하도 좋아 단양 8경을 만들어보려고 했으나, 한 가지가 모자라 7경 밖에 되지 않아 내심으로 갸웃갸웃하고 있었다.
경치가 빼어난 옥순봉이 단양 땅이 아니라 이웃 청풍 땅이었다. 이것을 눈치 챈 두향은 넌지시 “이웃 고을 원님께 가서 옥순봉을 달라고 해 보시지요.”하고 귀띔 했다. “옳지 그렇구나!” 하고 퇴계는 그 말대로 이웃 청풍의 원님이었던 이지번(李之蕃:토정 이지함의 형)에게 찾아가서 사정을 하니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이렇게 오늘날의 단양팔경이 이뤄진 데는 두향의 공이 적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두향은 관가에 들어오면서 집에서 돌보던 매화 두 분(盆)을 가져와서 퇴계가 기거하는 방에 놓아 두었다. 백매(白梅)와 홍매(紅梅)였다. 이때부터 퇴계는 은은하게 방안에 감도는 매화향기에 취해 매화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와 함께 퇴계와 두향의 사랑도 깊어만 갔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퇴계가 9개월 만에 단양을 떠나게 된 것이다. 퇴계의 친형님 대헌공(大憲公)이 충청감사로 부임하게 되자, 가까운 친인척이 같은 기관에 근무할 수 없는 상피(相避) 제도 때문에 경상도 풍기군수로 전임(轉任)하게 된 것이다.
- 2편에 계속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