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다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다
그거 알아?
사람들은 뒷모습에도 다 표정이 있다?
가끔 연오는 아리송한 말을 했다.
맨 뒷자리에서 조용히 그림을 그리던 연오는
특히 반 아이들의 뒷모습을
연습장에 옮기는 걸 좋아했다.
주란은 간혹 수업 시간에 나란히 앉아 있는
반 아이들의 뒷통수 하나하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연오를 따라 해 봤지만, 까만 머리카락만 보일 뿐이었다.
연오 눈에는 보이겠지,
그렇게 믿을 따름이었다.
어떤 날엔 사람의 뒷모습을 여유 있게 보고 싶어서
일부러 한 발짝 느리게 걷는다는
연오의 걸음걸이에 맞춰 나란히 걷기도 했다.
그때쯤 주란은 처음으로
끝에서 두 번째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연오가 주란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덜 외로울 수 있었다.
-황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