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용문登龍門 - 용문에 오르다, 뜻을 펴서 크게 출세하는 문
등용문(登龍門) - 용문에 오르다, 뜻을 펴서 크게 출세하는 문
오를 등(癶/7) 용 룡(龍/0) 문 문(門/0)
龍(용)은 동서양 모두 상상의 동물이다. 서양에서의 용(dragon)은 호수나 하천 등의 커다란 뱀이나 악어를 가리키는 데서 나온 말로 악과 異敎(이교)를 상징해 퇴치의 대상이었다. 반면 동양의 용은 형태는 큰 뱀이라도 날개 없이 날 수 있고 큰 눈과 긴 수염을 가지고 불이나 독을 내뿜는 신령스런 동물이었다.
기린, 봉황, 거북과 함께 四靈(사령) 중에서도 으뜸으로 왕을 상징할 만큼 높임을 받았다. 이런 대접을 받으니 쉽게 용이 될 수는 없다. 강과 바다의 큰 물고기들이 통과하기 어려운 폭포를 뛰어넘어야 용이 될 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龍門(용문)이다.
중국의 黃河(황하) 상류의 협곡 사이에 위치한 폭포를 일명 용문이라 했는데 흐름이 매우 빨라 고기들이 오를 수가 없었다. ‘강과 바다의 큰 물고기들이 용문 아래로 수없이 모여들지만 오르지 못했고 만약 오른다면 바로 용이 되었다(江海大魚 薄集龍門下數千 不得上 上則爲龍/ 강해대어 박집용문하수천 부득상 상즉위용).’ 정의파 관료 李膺(이응, 110~169)을 소개한 ’後漢書(후한서)‘의 열전에서 용문을 주해한 내용이다. 南北朝時代(남북조시대) 때의 宋(송)나라 范曄(범엽)이 쓴 이 책에는 後漢(후한) 말 桓帝(환제) 때 발호하던 환관에 의연히 맞선 이응의 활약이 실려 있다.
이응은 청렴 강직한 관리로 여러 차례 외적도 물리치는 등 문무에 능해 주위의 신망이 높았다. 환제가 외척의 세력을 물리칠 때 환관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그들을 중시하여 기강이 말이 아니었다. 이응은 지방을 전전하다 경찰청장 격인 司隸校尉(사예교위)를 맡았을 때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죄를 지은 고관도 가차 없이 벌했다.
그러자 탐관오리들은 벌벌 떨었고, ‘천하의 본보기는 이원례(天下模楷李元禮/ 천하모해이원례)’라며 청년 관리들은 그를 높였다. 元禮(원례)는 이응의 자. 또 ‘그를 만나 인정을 받은 선비들은 용문에 올랐다고 했다(士有被其容接者 名爲登龍門/ 사유피기용접자 명위등용문)’고 할 정도였다.
임금을 상징하던 용이 좋긴 좋아 보잘 것 없던 사람이 출세하면 ‘미꾸라지 용 됐다’고 했다. 미천한 집안이나 변변하지 못한 부모에게서 훌륭한 인물이 날 때 ‘개천에서 용 난다’고 비유한다. 그런데 용문에 오르기는 별 따기가 되어 간다. 계급 차와 빈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고착화되기 때문이다.
龍門點額(용문점액), 曝鰓龍門(폭새용문, 鰓는 아가미 새)이란 말이 있다. 용문을 오르다 실패하여 이마에 상처를 입는다는 뜻이다. 지난날에는 그래도 학력과 고시로 용감히 도전하여 용문에 올랐으나 지금은 온통 상처 입는 젊은이들이 좌절할 뿐이다. 희망을 줄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