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하루
따뜻한 하루
열두 살 아들과 함께 급히 지하철을 갈아 타다가 아이는 미쳐 타지 못하고 저만 전동차에 탄적이 있었습니다.
멀어지는 아이의 모습, 아들에게는 가벼운 자폐 증세가 있었습니다. 혹시나 이렇게 생이별을 하게 되는 건 아닌가 너무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저는 얼른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민아, 네 옆에 아줌마 계시지?" 혹시 그 쪽 승강장에 아주머니 한 분이 계시지 않을까 하는 절박한 생각에서 나온 말이었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세요?" 순간 거짓말처럼 한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다급했던 저는 아들과 함께 전철을 타 달라고 다음 정거장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간곡하게 부탁 했습니다.
"아이고 걱정말고 기다리세요. 내가 꼭 내려 줄께요!"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아주머니의 대답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깍 쏟아졌습니다. 드디어 열차가 승강장으로 들어오고 민이의 모습을 발견한 저는 정신없이 달려가 꼭 껴안았습니다.
무사히 다시 만났다는 것에 안도한 사이에 전철은 승강장을 떠났습니다. 저는 정신을 차리고 바로 아주머니를 찾았지만 그 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리시지 않고 그냥 가셨던 것입니다.
저는 출발해버린 열차를 향해 수없이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얼굴은 비록 뵙지 못했지만 세상 누구의 목소리보다 따뜻했던 그 분의 목소리를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친절하고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 참 많이 계십니다. 짐이 무거워 낑낑대고 있을 때 말없이 손을 빌려 주시던 아저씨. 넘어졌을 때 괜찮으시냐며 도와주시던 아주머니. 떨어진 물건이라며 주어오는 꼬마까지...,
믿어 보세요.
세상은 아직 따뜻하답니다.
-최의영(서울 메트로 스토리텔링 공모전 최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