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늦게 핀 꽃이다, 류승룡
나는 늦게 핀 꽃이다, 류승룡
영화계의 흥행 보증수표, 주인공보다 관객을 더 홀리는 신스틸러(scene stealer), 더티 섹시 최강자로 불리고 최근에는 CF를 섭렵하며 트렌드까지 양산하고 있는 배우 류승룡에게도 혹독한 무명 시절은 있었습니다.
서울예대를 졸업한 그는 1998년 ‘난타’의 1기 멤버로 활동을 시작해 5년간 하루 12시간의 연습량을 이겨내며 연기 내공을 쌓았습니다. 2004년부터는 장진 감독의 영화 <아는 여자>를 시작으로 다수의 흥행작에 등장하며 선 굵은 연기를 펼쳤지만 그와 대학 동기인 신동엽, 황정민, 정재영과 같은 명성은 없었습니다.
큰 머리와 좁은 어깨, 짙은 눈썹과 굵은 목소리, 짧은 다리라는 신체 조건은 그에게 중년의 깡패, 사형수 같은 한정된 배역만을 가져다줬습니다. 명성이 부족하니 늘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결코 배우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가 배우 유해진과 함께 비데 조립 공장에서 일했던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입니다.
그런 그가 <광해>(2012), <7번방의 선물>(2013), <명량>(2014)으로 3년 연속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현재 ‘천만 배우’라는 찬사를 받습니다. 그러나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에서 장성기 역을 연기하기 전까지 류승룡은 대중에게 그저 ‘어디서 많이 본 연기 잘하는 배우’일 뿐이었습니다. 대중이 그를 알아주기 시작한 것이 그의 나이 43세, 연기 경력 26년만의 일입니다.
조각 미남도 육체파 배우도 아닌 그가 2012년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더티 섹시’, ‘꽃중년’이라는 찬사를 받을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류승룡은 오래전, 대학 은사님의 ‘너는 대기만성형’이라는 말을 가슴속에 새겼다고 합니다. 바로 그 말이 조급해 하지 않고 차곡차곡 쌓인 연기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잘 왔다, 한눈팔지 않고, 조급해 하지 않고, 계속 연기와 같이 있었던 것 같아요.” 류승룡이 4년 전,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배우가 된 지금은 “나는 늦게 핀 꽃”이라고 말합니다.
짧은 말이지만 그의 변함없는 신념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반드시 된다’는 믿음으로 계속 달려온 류승룡은 국민 배우로 거듭났습니다.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시기 바랍니다.
-도서 ‘열두 마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