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정방종摩頂放踵 - 정수리부터 발꿈치까지 닳아 없어지다, 자기를 돌보지 않고 남을 사랑하다.
마정방종(摩頂放踵) - 정수리부터 발꿈치까지 닳아 없어지다, 자기를 돌보지 않고 남을 사랑하다.
문지를 마(手/11) 정수리 정(頁/2) 놓을 방(攵/4) 발꿈치 종(足/9)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온 힘을 다하여 일을 할 때 粉骨碎身(분골쇄신)이라 한다. 원뜻대로 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부서질 정도는 아니라 해도 못지않은 과장의 말이 있다. 머리 꼭대기부터 갈아 닳아져서(摩頂) 발꿈치까지 이른다(放踵)는 이 성어다. 자기 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기보다 온몸을 바쳐 남을 사랑하고 타인에 희생한다는 뜻이 담겨 더 고귀하다.
孟子(맹자)가 兼愛說(겸애설)을 주장한 墨子(묵자)를 가리켜 이렇게 표현한 것이 ‘맹자’ 盡心(진심) 상편에 실려 전한다. 性善說(성선설)의 맹자가 유가에 대립되는 묵자를 이렇게 평가한 것은 그만큼 利他(이타)의 사랑엔 인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본명이 墨翟(묵적)인 묵자는 孔子(공자)와 거의 같은 시기의 사람으로 처음에는 유학도 배웠다고 한다. 하지만 신분의 고하와 재산의 빈부, 힘과 지식의 우열에도 모두 평등해야 한다는 점에서 번거로운 예의를 숭상하는 유가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자타를 구별화지 않는 묵자의 평등, 박애 사상은 상류층에 고통 받는 백성들에 큰 인기를 끌어 천하의 학설이 한때 爲我說(위아설)을 주장한 楊朱(양주)와 겸애설의 묵적에 모두 돌아갔다고 맹자가 한탄했다. 양주의 자기만의 쾌락 추구와 묵자의 차별 없는 사랑은 군주와 어버이를 부정하는 것이라 비판한 것이다.
그래 놓고서 魯(노)나라의 현자 子莫(자막)과 함께 세 사람을 평가한 대목에서는 점수를 준다. 양주는 나만을 위할 것을 주장해 천하를 이롭게 하는데 자기의 털 한 올도 뽑지 않는다며 이어간다. ‘묵자는 차별 없는 사랑을 주장해 정수리부터 발뒤꿈치까지 닳아 없어지더라도 천하를 이롭게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했다(墨子兼愛 摩頂放踵利天下 爲之/ 묵자겸애 마정방종리천하 위지).’ 또 중간을 택한 자막에 대해서는 그것을 붙잡기만 하고 융통성이 없다면 집착과 같다며 좋은 것이 아니라 했다. 군신과 친족은 차등이 있어야 함에도 모든 사람을 위한 사랑에는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사랑의 차이는 별개로 하고 단체나 나라를 위해서 분골쇄신하겠다고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는 지도자일수록 실천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음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묵묵히 남을 위한다. 국토를 방위하는 장병들이나 항상 사고에 대비하는 119 소방대원 등이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인간사회에 재앙을 뿌리는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 자신의 감염위험을 개의치 않는 의사나 간호사들이다. 온 몸을 감싼 방호복으로 땀에 뒤범벅된 모습에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성할 데가 없이 희생하기 때문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