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천석지幕天席地 - 하늘을 장막으로 땅을 자리로 삼다, 품은 뜻이 웅대하다.
막천석지(幕天席地) - 하늘을 장막으로 땅을 자리로 삼다, 품은 뜻이 웅대하다.
장막 막(巾/11) 하늘 천(大/1) 자리 석(巾/7) 따 지(土/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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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지붕 삼는다는 말이 있다. 잘 곳이 없어 한데서 잠을 자는 것을 말하기도 하지만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를 가리킨다. 비슷한 내용 같아도 하늘을 장막으로 삼는다(幕天)는 말은 땅을 자리로 삼는다(席地)는 말이 이어져 품은 뜻이 웅대함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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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부가 하늘을 찌르고 땅을 덮을 만큼 크다니 과장이라 해도 큰 뜻을 품은 사람은 가질 만하다. 이런 큰 뜻을 가졌어도 실현할 수 없는 암담한 현실을 풍자한 것이라 더욱 흥미진진하다. 중국 後漢(후한)과 魏晉(위진)의 혼란기에 竹林七賢(죽림칠현)으로 유명한 劉伶(유령, 伶은 영리할 령)의 글에서 처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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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정치권력에 등을 돌리고 죽림에 모여 거문고와 술을 즐기며 淸談(청담)을 즐겼던 죽림칠현 중에서도 유령은 특히 술과 관계 깊다. 항상 술을 지니고 하인에 삽을 메고 따르게 하여 ‘자신이 죽으면 곧바로 묻으라(死便埋我/ 사편매아)’고 했을 정도였다. 유령이 술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것이 ‘酒德頌(주덕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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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에 大人先生(대인선생)을 등장시켜 해와 달을 빗장과 창문으로, 광활한 천지를 뜰이나 길거리로 삼았다며 이어진다. ‘길을 가도 지난 자취가 없고, 거처함에 일정한 집이 없어(行無轍跡 居無室廬/ 행무철적 거무실려), 하늘을 천막 삼고 땅을 돗자리 삼아, 마음 가는대로 내맡기노라(幕天席地 縱意所如/ 막천석지 종의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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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을 조롱한 것이라 해도 호방한 이 구절은 후세 시인들에 많이 인용됐고 우리 고전에도 등장한다. 고려 때의 金富軾(김부식)은 ‘늘그막에 생계가 족함을 알아(老來生計皆知足/ 노래생계개지족), 바야흐로 유령의 자리와 장막 넓은 걸 믿노라(方信劉伶席幕寬/ 방신유령석막관)’라고 ‘酒醒有感(주성유감)’에서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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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은 다르지만 조선시대 기행의 승려 震默大師(진묵대사)의 시도 거창하다.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자리 삼으며 산을 베개 삼네(天衾地席山爲枕/ 천금지석산위침), 달빛은 촛불 되고 구름은 병풍이며 바닷물은 술통이라(月燭雲屛海作樽/ 월촉운병해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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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의 뜻을 현실 세계에서 이루지 못해 술로 나날을 지새운다면 좋은 세상이 아니다. 이들이 소극적이지만 난세를 풍자하고 바로잡으려는 작품과 일화가 풍부해도 나라를 위한 직접적인 기여만 못하다.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세대들이 점점 삭막해져 가는 현실 앞에 나아갈 희망을 잃고 방황하는 일이 많다고 하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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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에게 큰 뜻을 펼칠 수 있게 하는 것이 정치인데 현실에서는 자꾸만 짐만 지운다. 이러다간 하늘과 땅을 장막으로 웅대한 꿈을 갖는 것보다 갈 곳 없어 이불과 요로 삼을까 두렵다. /\xa0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