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중유강남객座中有江南客 - 자리에 강남 손님이 있다, 말을 삼가야 할 인물이 있다.
좌중유강남객(座中有江南客) - 자리에 강남 손님이 있다, 말을 삼가야 할 인물이 있다.
자리 좌(广/7) 가운데 중(丨/3) 있을 유(月/2) 강 강(氵/3) 남녘 남(十/7) 손 객(宀/6)
강의 남쪽지방을 일컫는 江南(강남)은 지역마다 다수 있다. 강남이라 하면 서울 漢江(한강)의 남쪽으로 많은 사람이 알아듣는다. 개발된 지 50년 조금 넘었어도 대표적인 부촌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隨友江南(수우강남)이나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고 할 때의 강남은 물론 우리나라가 아니다.
중국에서 長江(장강)이라 불리는 양쯔강揚子江/ 양자강의 남쪽을 가리킨다. 이중삼중의 은유가 있어 복잡하지만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 가운데(座中有) 강남에서 온 손님이 있다(江南客)는 말은 기피하거나 경계해야 할 인물이 있으므로 말을 조심하라는 것을 비유한 성어다.
우선 唐(당)나라 말기 鄭谷(정곡, 849~911)이란 시인의 시구부터 보자. 정곡은 7세 때부터 시를 잘 지었다고 하며 全唐诗(전당시)에 300곡이 넘는 시가 수록돼 있다는 대시인으로 꼽힌다. 그가 지은 ‘席上貽歌者(석상이가자)’란 시의 뒷부분이다.
‘좌중에 또한 강남의 나그네 있으니, 봄바람 향해서 자고새를 노래하지 마세요(座中亦江南客 莫向春風唱鷓鴣/ 좌중역강남객 막향춘풍창자고).’ 鷓鴣(자고)는 꿩과의 메추라기와 비슷한 자고새를 말하는데 당시 유행했던 노래 자고곡을 가리켰다고 한다. ‘자고새는 날 때 남쪽으로만 날지 북쪽을 향하지 않는다(鷓鴣飛但南 不向北/ 자고비단남 불향북)’는 특성을 지녔다고 여러 책에서 설명한다.
또한 자고새의 우는 소리가 ‘가면 안 돼, 형‘이란 뜻의 行不得也哥哥(행부득야가가)라고 들려 슬프고 구성진 가락으로 여겼다. 그래서 자고를 노래한 가사마다 헤어질 때 험난한 인생살이나 이별의 슬픔을 표현했다고 한다.
만약 사람의 가슴 속을 후벼 파는 애절한 이 노래를 부르면 자고새의 울음소리의 의미를 알고 있는 강남의 손님은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게 된다. 분위기 깨는 자고새의 노래를 부르지 말라고 한 것에서 자리를 같이 한 사람 중에 기피하거나 경계해야 할 인물이 있다는 뜻으로 사용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부처님의 심오한 가르침을 제자 迦葉(가섭, 葉은 잎 엽, 고을이름 섭)만이 알아듣고 拈華示衆(염화시중, 拈은 집을 념)의 미소를 지을 수도 있다. 특수한 전문가들의 모임 말고 일반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강남의 손님만 알아듣는 고차원의 이야기를 한다고 흥미를 돋울 수는 없다.
그렇다고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면 ‘도사 앞에서 요령 흔든다’고 핀잔만 받는다. 어디까지나 청중의 성향이나 수준을 잘 알고 이야기를 끌어가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말로써 인기를 끄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