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륜남비埋輪攬轡 - 수레를 묻고 고삐를 당기다, 옳은 일을 위해 결연히 나서다.
매륜남비(埋輪攬轡) - 수레를 묻고 고삐를 당기다, 옳은 일을 위해 결연히 나서다.
묻을 매(土/7) 바퀴 륜(車/8) 잡을 람(扌/21) 고삐 비(口/19)
고삐는 소나 말을 잘 부리기 위해 매단 줄이다. 농사를 짓거나 멀리 이동할 때 인간에 큰 도움을 주는 가축에게 가혹한 처사지만 코의 양쪽을 뚫은 코뚜레나 입에 물린 재갈 등을 끈으로 이어 방향이나 속도를 조절했다. 요즘은 대부분 농기계에 의지하게 되어 고삐는 보기 어렵게 됐어도 일상에서 비유적인 발은 많이 남았다.
긴장을 누그러뜨리거나 조일 때 고삐를 늦춘다, 조인다로 표현한다. 고삐 풀린 망아지는 거칠거나 얽매이지 않은 망나니를 나타낸다. 나쁜 일을 아무리 남모르게 한다고 해도 계속하면 들키고 만다는 속담 ‘고삐가 길면 밟힌다’는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하다.
고삐를 뜻하는 한자 轡(비)가 어려운 편이라 사용된 성어도 적다. 앞의 속담을 한역한 轡長必踐(비장필천)과 함께 고삐를 잡는다는 攬轡(남비)가 그 중에 든다. 말을 타려면 고삐를 잡아야 하고, 이것은 관리에 임용되어 임지로 떠나는 것을 나타냈다. 중국 後漢(후한) 후기의 范滂(범방, 137~169, 滂은 비퍼부을 방)에서 유래한
攬轡澄淸(남비징청)은 관리가 되어 천하의 폐해를 바로잡으려는 큰 뜻을 말한다.
청렴하고 꼿꼿했던 선비 범방은 도적떼가 우글거리는 지역에 순찰 명을 받자 ‘수레에 올라 고삐를 잡고는 격정에 차 천하를 평정할 뜻을 밝혔다(登車攬轡 慨然有澄淸天下之志/ 등거남비 개연유징청천하지지)’고 ‘後漢書(후한서)’에 전한다.
수레바퀴를 묻는다(埋輪)는 말은 굳은 의지를 표현했다. 역시 후한 때 張綱(장강, 108~143)이란 관원의 고사에서 나왔다. 順帝(순제)의 왕후가 여동생인 점을 이용하여 횡포를 부린 梁冀(양기)는 나중에 왕까지 폐하고 옹립하는 등 무소불위의 세를 과시했다.
지방서도 관리들의 비리가 들끓자 순제가 8명의 사자에게 규찰의 명을 내렸다. 이중 가장 직위가 낮았던 장강은 승냥이와 늑대가 조정에서 날뛰는데 어디서 여우를 벌하겠는가 하며 ‘홀로 낙양 수도에 수레를 묻고(獨埋其車輪於洛陽都亭/ 독매기거륜어락양도정)’ 양기를 탄핵했다. 장강의 이런 목숨을 내건 거사에 조정은 발칵 뒤집혔고 후일 양기는 권세를 빼앗겨 자살한다.
수레바퀴를 묻고 말의 고삐를 잡는다는 후한 때의 두 관원의 이야기에서 온 이 성어는 나라를 위한 결연한 의지를 말해준다. 임지로 가면서 지역의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범방과, 명을 어기면서 더 큰 부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분연히 일어선 장강은 어찌 보면 처음 행동이 상반된다.
대부분의 공직자가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중에서도 일부에서 비리가 잇따르는 것은 이들과 같은 뚜렷한 공직관의 부족에서 온다. 빈둥빈둥 세월만을 축내거나 부당함을 알면서도 상부 지시라며 이행하는 것이 바로 적폐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