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파편작耆婆扁鵲 - 인도와 중국의 명의, 명의의 대명사
기파편작(耆婆扁鵲) - 인도와 중국의 명의, 명의의 대명사
늙을 기(老/4) 할미 파(女/8) 작을 편(戶/5) 까치 작(鳥/8)
병을 잘 고쳐 이름난 名醫(명의)는 동서고금에 숱하다. 기원전 5세기께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는 의도를 확립해 ‘의사의 아버지’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선 지역마다 불치병을 고친 명의전설이 내려오고, 조선 중기 御醫(어의)를 지낸 許浚(허준, 1539~1615)은 동아시아 의학을 집대성했다는 東醫寶鑑(동의보감)을 남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됐다. 경상도 거창 출신의 조선 숙종 때 어의 劉爾泰(유이태, 1652~1715)도 예방치료에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역사상 대표적 명의를 일컫는 성어로 함께 등장하는 耆婆(기파)와 扁鵲(편작)은 각각 인도와 중국 사람이다. 기파라고 하면 신라 때의 花郞(화랑)이었던 耆婆郞(기파랑)을 연상하겠지만 실제는 인도의 醫聖(의성)이다. 기원전 5세기 釋迦牟尼(석가모니)와 같은 시대의 사람으로 산스크리트어 Jīvaka를 음역하여 기파로 불리고 時婆(시파)、時縛迦(시박가)、尸縛迦(시박가)라고도 한다.
비천한 출신이었지만 태어날 때 바늘통과 약주머니를 가지고 있었다고 전한다. 왕자에 거두어져 양육됐고 서인도로 유학하여 7년간 공부했다. 기파는 석존의 풍질을 비롯한 제자들의 많은 병을 고쳐 長壽(장수)의 신으로 불리기도 했다.
명의의 대명사로 華陀(화타)와 함께 중국 고전마다 등장하는 편작은 春秋時代(춘추시대) 사람으로 이름은 秦越人(진월인)이다. 長桑君(장상군)에게 의학을 배웠는데 虢(괵)나라 태자의 죽어가는 병을 고쳐 이름을 드날리게 되었다고 한다. 起死回生(기사회생)이란 성어가 나온 연유다. 편작의 전설적인 활약상은 기원전 약 7세기부터 3세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여 후세에 다른 명의들의 기록까지 흡수하여 집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史記(사기)’의 편작 倉公(창공)열전에는 제아무리 명의라도 고칠 수 없는 여섯 가지가 있다고 했다. 첫째가 환자가 교만하고 자신의 병을 제가 안다고 하면 고칠 수 없다는 驕恣不論(교자불론)이다. 몸을 함부로 여기면서 재물만 중시하는 輕身重財(경신중재)가 두 번째다. 이어서 생활섭생을 지키지 않고, 오장의 기운이 빠져 있고, 약기운을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쇠약했거나 무당의 말만 믿으면 고칠 수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의술은 의료제도와 함께 세계적으로 앞선다고 한다. 판문점을 넘어오는 북한 병사가 온몸에 총탄을 맞아 생긴 끔찍한 상처도 이국종 외상전문 박사의 치료로 낫게 하여 세계인의 칭송을 받았다. 나라에서도 제도적 뒷받침을 꾸준히 하여 의료만큼은 계속 앞서가야 하겠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