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삼추一日三秋 - 하루가 삼 년 같다, 몹시 애태우며 기다림
일일삼추(一日三秋) - 하루가 삼 년 같다, 몹시 애태우며 기다림
한 일(一/0) 날 일(日/0) 석 삼(一/2) 가을 추(禾/4)
시간은 대체로 귀하고 그래서 빨리 지나간다는 옛말이 많다.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고 화살처럼 날아가 일생도 문틈으로 지나가는 흰 망아지와 같다는 白駒過隙(백구과극)이란 말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소용없는 百年河淸(백년하청)은 제외하고, 무엇을 기대하거나 보고 싶은 연인을 기다릴 때는 반대로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百難之中 待人難(백난지중 대인난)이란 말이 있으니 말이다. 하루를 보내는 것(一日)이 세 해의 가을(三秋)을 지내는 것과 같다는 표현이 이 어려움을 실감나게 드러냈다. 一日如三秋(일일여삼추)나 더 짧은 15분 정도의 一刻如三秋(일각여삼추)라고도 한다.
春秋時代(춘추시대)의 민요를 모은 ‘詩經(시경)’에 이 말이 처음 등장한다. 나라 일로 멀리 타국에 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낙의 마음을 노래한 ‘王風(왕풍)’ 采葛(채갈)편에서다. 풍채 采(채)는 캔다는 採(채)의 뜻도 있다. 임을 기다리는 것은 하루가 마치 三秋(삼추)와 같이 세월이 더디 간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한다. 삼추는 孟秋(맹추, 음력 7월), 仲秋(중추, 8월) 季秋(계추, 9월)의 석 달을 말한다고 하고, 가을이 세 번이므로 9개월을 가리킨다고도 한다. 곡식은 1년에 가을에 한 번 익으므로 삼추는 3년이라고 해석한다. 어쨌든 기다리는 세월은 길게만 느껴지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
전문은 짤막하다. ‘칡 캐러가세, 하루를 못 보면 석 달이나 된 듯(彼采葛兮 一日不見 如三月兮/ 피채갈혜 일일불견 여삼월혜), 쑥 캐러가세, 하루를 못 보면 아홉 달이나 된 듯(彼采蕭兮 一日不見 如三秋兮/ 피채소혜 일일불견 여삼추혜), 약쑥 캐러가세, 하루를 못 보면 삼년이나 된 듯(彼采艾兮 一日不見 如三歲兮/ 피채애혜 일일불견 여삼세혜).’ 兮는 어조사 혜, 蕭는 맑은대쑥 소, 艾는 약쑥 애.
처음 남녀 간에 헤어져 있을 때 썼던 표현이 오늘날에는 사람이나 사물이 도착하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심정을 나타내는 말로 확대됐다. 사람을 기다릴 때 시간은 상대적이다. 약속한 사람이 오지 않을 때 기다리는 시간은 더디 가고, 약속했던 상대는 시간을 지키려고 해도 다른 일로 해서 빨리 지나가게 마련이다. 애태우는 사람을 위해 계획을 잘 세워 시간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 글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