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신계米珠薪桂 - 쌀이 구슬 값만큼 비싸고 땔나무가 계수나무 값과 같다.
미주신계(米珠薪桂) - 쌀이 구슬 값만큼 비싸고 땔나무가 계수나무 값과 같다.
쌀 미(米/0) 구슬 주(玉/6) 섶 신(艹/13) 계수나무 계(木/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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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井不知(천정부지)란 말이 있다. 하늘아래 우물이 아니라 천장을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별로 높지 않은 천장을 직접 비유한 말은 아니고 물가가 한없이 오르기만 하는 것을 가리켰다. 하루를 살아도 없어서는 안 되는 衣食住(의식주)의 물가가 비싸면 서민들에게 직접 타격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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孟子(맹자)는 정교하게 만든 신발과 대충 만든 것이 값이 같다면(巨屨小屨同賈/ 거구소구동가, 屨는 짚신 구) 좋은 물건을 만들지 않는다고 했고 ‘물건을 모르거든 값을 더 주라’는 속담까지 있다. 값이 같을 수는 없지만 정도 문제이지, 쌀이 주옥만큼 비싸거나(米珠) 땔나무가 계수나무 값(薪桂)과 같이 치솟았다면 서민들이 생활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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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어는 前漢(전한)시대의 학자 劉向(유향)의 ‘戰國策(전국책)’ 楚策(초책)에 나온다. 쌀과 땔감이 그만큼 비쌌다는 이야기는 종횡가 蘇秦(소진)의 비유로 등장했다. 戰國時代(전국시대) 세력이 강성해지는 秦(진)나라에 위협을 느낀 주변의 여섯 나라는 소진의 유세로 合從策(합종책)을 채택하게 된다. 진나라와 침입에는 楚燕齊韓魏趙(초연제한위조)의 육국이 동맹관계를 맺어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주창한 것이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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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이 초나라의 懷王(회왕)을 설득하기 위해 찾았을 때 일이다. 사흘을 기다린 끝에 겨우 왕을 만날 수 있었지만 소진은 회왕의 푸대접에 기분이 상해 떠나겠다며 작별인사를 했다. 왕이 천리를 멀다 않고 찾아왔다가 머물지 않고 떠나겠다니 어쩐 일이냐고 묻자 소진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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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나라의 식량은 주옥보다 더 비싸고 땔감은 계수나무보다 더 비쌉니다(楚國之食貴于玉 薪貴于桂/ 초국지식귀우옥 신귀우계).’ 중간에 소개하는 사람은 귀신 만나기보다 어렵고, 왕을 뵙기는 천제 뵙기보다 어려우니, 어떻게 그 동안 비싼 비용을 치르며 기다릴 수 있겠는가고 빗대 말한 것이다. 회왕이 알아듣고 숙소에 유하도록 하며 귀빈으로 대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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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에서 박태일 교수가 소개한 "1956년 흉년" "어제는 십 환인데 오늘은 오십 환" "총알 같이 오른 쌀값" 같은 시 구절이 성어와 딱 떨어지는 표현이다. 6.25 한국전쟁 전후의 어려운 시기는 옛이야기가 되었다고 하지만 서민의 살림살이는 점점 옥죄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김밥이나 소주 등 서민들의 먹거리 물가도 고공행진이라니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나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