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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0일 수요일

반구부추反裘負芻 - 가죽옷을 입고 꼴을 지다, 어리석어 본말을 모르다.

반구부추反裘負芻 - 가죽옷을 입고 꼴을 지다, 어리석어 본말을 모르다.

반구부추(反裘負芻) - 가죽옷을 입고 꼴을 지다, 어리석어 본말을 모르다.

돌이킬 반(又/2) 갖옷 구(衣/7) 질 부(貝/2) 꼴 추(艸/4)

‘오이를 거꾸로 먹어도 제멋’이란 말이 있다. 제 일은 스스로 할 것이니 남은 상관하지 말라는 뜻이다. 짐승의 털가죽으로 안을 댄 옷이 갖옷이고 裘(구)로 쓴다. 겨울 추위를 막아주는 옷으로는 가장 유용하여 夏葛冬裘(하갈동구)는 철이나 격에 맞는 일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런데 갖옷을 뒤집어 입고 짐승에게 먹이는 풀을 지고 간다(負芻)면 멋을 부려서는 아닐 터이고 어떤 연유일까. 아껴야 될 옷을 험한 농사일을 하면서 입는 것도 그렇지만 뒤집은 것은 어리석어 일의 본말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성어가 됐다.\xa0

중국 前漢(전한) 시대 왕족 출신의 학자 劉向(유향)은 유명한 戰國策(전국책) 외에도 說苑(설원), 列女傳(열녀전) 등 많은 저술을 남겼다. 그 중 과거사를 거울삼아 후대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한 고사집 ‘新序(신서)’에 이 말이 사용됐다. 卷二(권이) 雜事(잡사)에 실린 내용을 보자. 戰國時代(전국시대) 초기 魏(위)나라의 文侯(문후, 재위 기원전 445~396)는 훌륭한 인재를 등용하고 공평한 정치를 펼쳐 초기의 강국으로 만든 개명군주였다.\xa0

문후가 어느 때 나들이를 나갔다가 ‘길에서 가죽옷을 뒤집어 입은 채 꼴을 지고 가는 사람을 보고(見路人反裘而負芻/ 견로인반구이부추)’ 그 연유를 물었다. 그 농부는 가죽옷의 털을 아끼기 위해서 뒤집어 입었다고 했다. 문후는 다시 ‘그렇다면 가죽옷의 안이 닳게 되면 털이 붙어 있을 곳이 없지 않느냐(若不知其裡盡 而毛無所恃耶/ 약부지기리진 이모무소시야)?’고 나무랐다. 恃는 믿을 시. 멋을 부리거나 아끼기 위해 뒤집어 입거나 상관하지 않으면 그뿐이라도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어리석음을 깨우친 것이다. \xa0

털과 가죽이 들어가는 또 다른 성어가 있다. 가죽도 없는데 어떻게 털을 붙일 수 있겠는가(皮之不存 毛將安傅/ 피지부존 모장안부)는 근본적인 일을 제쳐 놓고 부차적인 문제에만 매달린다는 뜻이다. 이런 일은 알게 모르게 일상에서도 흔하다. 나라 전체로 보아 경제는 뒷전인 채 복지를 늘린다며 여기저기 현금 지원하는 것도 나중에는 빚이 커져 가죽을 다 닳게 만드는 일이 되기 쉽다.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후를 잘 살필 일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