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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0일 수요일

행시주육行尸走肉 - 걸어 다니는 송장과 달리는 고깃덩어리, 배운 것이 없어 쓸모없는 사람 

행시주육行尸走肉 - 걸어 다니는 송장과 달리는 고깃덩어리, 배운 것이 없어 쓸모없는 사람 

행시주육(行尸走肉) - 걸어 다니는 송장과 달리는 고깃덩어리, 배운 것이 없어 쓸모없는 사람\xa0

다닐 행(行/0) 주검 시(尸/0) 달릴 주(走/0) 고기 육(肉/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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衣食住(의식주) 중에서도 먹는 것이 생존의 첫손에 꼽힌다. 그래서 일도 하지 않고 밥만 축내는 사람을 욕하는 말이 유난히 많다. 밥도둑 밥벌레 밥병신 밥쇠 밥자루.. 들먹이기도 숨찰 정도다. 한자로도 밥자루는 飯袋(반대), 밥주머니는 飯囊(반낭), 밥구덩이 飯坑(반갱)인데 여기에 한 술 더 떠 술까지 무위도식하면 酒囊飯袋(주낭반대), 酒甕飯囊(주옹반낭), 飯坑酒囊(반갱주낭) 등의 성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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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골통이 가족이나 주위의 손가락질을 받지만, 하는 일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세금만 축내는 伴食宰相(반식재상)이나 尸位素餐(시위소찬)하는 공직자에 비하면 양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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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송장(行尸)이나 달리는 고깃덩어리(走肉)라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을 더 낮춰 부르는 말이 있다. 같은 시체, 주검 屍(시)를 써서 行屍(행시)는 한의에서 맥을 보면 병이 있으나 몸이 아프지 않은 사람을 가리킨다고 하고, 불가에서는 여기에 고깃덩어리 走肉(주육), 옷을 거는 옷걸이 衣架(의가), 밥을 담는 飯筒(반통)을 합쳐 중생을 나타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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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영장이라 해도 실제 죽으면 한줌 흙이 되니 잘난 체 할 것 없다는 뜻이겠다. 이렇게 하찮은 존재인 사람이 배워야 제 구실을 할 수 있다고 중국 後漢(후한)의 학자 任末(임말)이 말했다. 10세기 五代(오대)의 後晋(후진) 사람 王嘉(왕가)가 기괴한 소설을 모은 志怪集(지괴집) ‘拾遺記(습유기)’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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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가정에서 배움에 힘을 쏟은 임말은 나뭇가지 붓으로 수액에 재를 섞은 먹을 사용해 글씨를 쓰고 달빛에 책을 읽었다. 인재가 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며 연마한 끝에 존경받는 학자가 되고 제자들도 많이 거느렸다. 그가 죽음에 이르러 임종한 제자들에게 훈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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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배우기를 좋아한다면 죽어서도 산 것과 같고(夫人好學 雖死若存/ 부인호학 수사약존), 배우지 않으면 살았어도 걷는 시체요 뛰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不學者雖存 謂之行屍走肉耳/ 불학자수존 위지행시주육이).’ 우리의 신라 대학자 崔致遠(최치원)은 관급을 사양하겠다며 올린 글에 두 가지 모두 등장시켰다.

\xa0‘주옹반낭 예형의 조롱을 피할 수가 없고, 행시주육 임말의 비웃음을 면하기가 어렵습니다(酒甕飯囊 莫逃禰誚 行屍走肉 豈逭任嗤/ 주옹반낭 막도예초 행시주육 기환임치).’ 禰衡(예형, 禰는 아버지사당 예)은 후한의 독설가, 逭은 달아날 환, 嗤는 비웃을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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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한 자리를 차지하고 나라에서 주는 녹을 축내며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공직자는 이전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공무원은 100만이 훌쩍 넘어 인구비례로 보아 상위권이라는데 더 늘릴 계획이다. 문제는 윗사람의 눈치만 보고 복지부동하거나 부당한 지시에도 뒤를 생각하지 않고 처리하는 영혼 없는 공직자가 많다는 점이다. 정년이 보장돼 철밥통 소리를 듣는 이런 자리에 갈 곳이 마땅찮은 우수한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경쟁률이 하늘을 찌른다. 밥도둑이 되지 않으려 해도 자리가 보장 안 되니 악순환이다.\xa0/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