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팔번뇌百八煩惱 – 사람이 지닌 108가지의 번뇌
백팔번뇌(百八煩惱) – 사람이 지닌 108가지의 번뇌
일백 백(白/1) 여덟 팔(八/0) 번거로울 번(火/9) 번뇌할 뇌(心/9)
심신을 시달리게 하는 괴로움이 煩惱(번뇌)다. 마음을 맑게 하여 涅槃(열반)에 이르게 하는 불교에서 그것을 방해하는 것을 번뇌라 했다. 고통을 주다, 괴롭히다, 아프게 하다, 고통을 야기하다, 괴로워하다 등을 의미하는 범어에서 나왔다고 한다. 보통 사람에게 마음이나 몸을 괴롭히는 노여움이나 욕망 등이 끊이지 않겠지만 중생들의 한량없는 번뇌가 108가지나 된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108이란 숫자는 원래 많다는 뜻으로 씌었다고 하며 百八結(백팔결)이나 百八結業(백팔결업)이라고도 한다. 불교도가 아니라도 이 말이 친숙한 것이 기도할 때 백팔배를 드리고 108개의 구슬을 꿴 念珠(염주)로 기원한다. ‘百八煩惱(백팔번뇌)’는 崔南善(최남선)이 1925년 발행한 시조집 이름이기도 하다.
108이란 숫자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불교의 교리 발달과 함께 그 산출법이 여러 가지로 생겨났는데 대체적으로 많이 알려진 방법을 보자. 우리 몸에는 대상을 깨닫는 여섯 가지 작용이 있는데 이것의 근원이 눈, 귀, 코, 혀, 몸, 뜻 등의 六根(육근)이다.
눈으로 보는 眼識(안식), 귀로 듣는 耳識(이식), 코로 냄새 맡는 鼻識(비식), 혀로 맛보아 아는 舌識(설식), 몸으로 느끼는 身識(신식), 그리고 마음으로 느끼는 意識(의식)이 그것이고 六識(육식)이라 한다. 이들이 감각을 느낄 대 각각 좋거나 나쁘거나 좋지도 싫지도 않은 세 가지 인식 작용을 하게 되는데 계산하면 6×3 하여 18가지가 된다. 이 각각의 것을 탐하는지 탐하지 않는지에 따라 갈라지므로 18×2 하면 36가지가 된다. 이것을 과거, 현재, 미래 즉 前生(전생)과 今生(금생), 來生(내생)의 3세계를 곱하면 36×3 하여 모두 108이 나온다.
불교에서 어떻게 수행을 해서 번뇌를 원천적으로 제거할 것인가를, 사고의 영역과 실천의 영역으로 나누어 산출하는 다른 방법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번뇌를 모두 안다고 하여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괴로움이 많은데 번뇌를 더할 뿐이다.
다만 이것은 인간의 번뇌를 108종으로 세분한 것에 불과하고 근원은 하나로 모아진다고 본다. 그것은 모든 번뇌가 본래의 자기인 一心(일심)을 잃는데서 오는 것이므로 무슨 일에서나 본심을 잃지 않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일시 유혹에 넘어가 본심을 잃더라도 빨리 평정을 되찾는 것이 번뇌를 벗어나는 길이 될 수 있다. / 글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