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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2일 금요일

누망지어漏網之魚 - 그물을 빠져나간 물고기, 법망을 교묘하게 피한 범인   

누망지어漏網之魚 - 그물을 빠져나간 물고기, 법망을 교묘하게 피한 범인   

누망지어(漏網之魚) - 그물을 빠져나간 물고기, 법망을 교묘하게 피한 범인\xa0 \xa0

샐 루(氵/11) 그물 망(糸/8) 갈 지(丿/3) 고기 어(魚/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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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껏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은 법이 없어도 산다. 법이 어떤 것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法網(법망)이란 말은 죄를 지은 사람에게 물고기를 잡는 그물처럼 제재할 수 있다는 뜻에서 나온 비유다. 이 법망이 촘촘해야 좋을까, 느슨해야 좋을까. 양쪽 모두 일장일단이 있어 단정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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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을 금지하면 백성이 숨을 쉬지 못하고, 뚫린 구멍이 크면 범법자가 활개를 친다. 그물에서 빠져나간(漏網) 물고기(之魚)란 이 성어도 요즘은 법망을 교묘하게 피한 범인을 가리키는데 司馬遷(사마천)이 “史記(사기)”에서 사용했을 때는 큰 고기도 빠져나갈 수 있는 너그러운 법이라야 백성들을 잘 다스릴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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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故事成語(고사성어)의 25%가 유래했다는 사기에서 많이 읽히는 곳이 列傳(열전)이다. 130권 중에서 절반이 넘는 70권을 차지하는 열전은 다양한 인물들의 활동을 통해 인간 삶의 문제를 집요하게 추구한 개인 전기다. 酷吏(혹리)열전은 법을 너무나 엄격하게 빈틈없이 집행하여 원성을 들었던 12명의 행적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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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열전은 사마천이 평가하는 太史公(태사공)의 글이 마지막에 나오지만 여기서는 앞부분에서 孔子(공자)와 老子(노자)를 인용하며 시작한다. 바로 백성들을 형벌로 다스리면 피하려고만 하고 부끄러워하지 않는 免而無恥(면이무치), 법령이 엄격하면 도둑이 더 늘어난다(法令滋彰 盜賊多有/ 법령자창 도적다유)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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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은 통일제국 秦(진)이 법망을 치밀하게 했으나 관리의 혹독한 집행과 그것을 빠져 나가려는 백성의 혼란이 극에 달해 일찍 망했다면서 이어진다. "한나라가 일어나자 모난 것을 깨뜨려 둥글게 하고, 화려한 것을 소박하게 했으며(漢興 破觚而爲圜 斲雕而爲樸/ 한흥 파고이위원 착조이위박), 배를 삼킬만한 큰 고기도 그물을 빠질 수 있을 만큼 너그럽게 했다(網漏於吞舟之魚/ 망루어탄주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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觚는 술잔 고, 4각 또는 8각의 화려한 술잔, 圜은 두를 환 또는 둥글 원, 斲은 깎을 착. 高祖(고조)는 約法三章(약법삼장)으로 대대적 환영을 받았듯이 백성을 다스리는 근본은 혹독한 법령보다 도덕에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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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이후 2000여 년,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너무나 촘촘한 법령의 그물 속에 살면서 답답함보다 요령껏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더 분통 터진다. 남이 보지 않는다고 법을 어기거나 미치지 않는 곳에서 힘으로 밀어 붙인다. 이보다 더한 것이 법을 잘 알면서 예사로 어기고 끼리끼리 봐주며 농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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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밑에 법 모른다”란 속담이 있다. 법을 잘 알고 법을 잘 지켜야 하는 전문기관에서 법을 잘못 다루거나 일부러 엉뚱한 데에 적용하여 빈축을 사는 경우다. 법의 심판을 능숙하게 피해가는 사람들을 “법꾸라지”라고 부르는데 끊임없이 나타나는 이들에 의해 그물 스치는 물고기의 뜻이 바뀌었는지 모른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