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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3일 수요일

지란지교芝蘭之交 - 지초와 난초의 교제, 벗 사이의 맑고도 높은 사귐

지란지교芝蘭之交 - 지초와 난초의 교제, 벗 사이의 맑고도 높은 사귐

지란지교(芝蘭之交) - 지초와 난초의 교제, 벗 사이의 맑고도 높은 사귐

지초 지(艹/4) 난초 란(艹/16) 갈 지(丿/3) 사귈 교(亠/4)

친구 사이의 友情(우정)을 예찬한 말은 東西古今(동서고금)을 통해 부지기수다. ‘인생에서 우정이 없으면 태양을 없애는 것과 같다’거나 ‘우정은 기쁨을 배가하고 슬픔을 반감한다’가 대표적이다. 반면 우정의 대부분은 보이기 위한 것이라든가 어떤 목적을 위해서 시작된 우정은 그것이 이루어지면 끝난다고 꼬집은 말도 있다. 이해관계가 개입된 우정은 진정한 것이 아니란 교훈이다.

우정을 나타내는 성어도 많고 소개도 많이 했다. 약용과 염료로도 사용하고 향기가 좋은 식물 芝草(지초)와 蘭草(난초) 같은 우정이라면 남에게도 느껴질 만큼 맑고도 고귀한 사귐을 말한다. 孔子(공자)가 예를 든 우정인데 ‘明心寶鑑(명심보감)’ 교우편에 인용돼 잘 알려져 있다.

공자와 제자들이 주고받은 논의를 魏(위)나라 王肅(왕숙)이 편찬한 ‘孔子家語(공자가어)’에 그 내용이 실려 있다.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는 그 친구를 봐야 한다면서 공자가 주위 환경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六本篇(육본편)에서다.

내용을 보자. ‘선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향기로운 지초와 난초가 있는 방 안에 들어간 것과 같다(與善人居 如入芝蘭之室/ 여선인거 여입지란지실), 오래 되면 그 냄새를 맡지 못하니 이는 곧 그 향기와 동화됐기 때문이다(久而不聞其香 卽與之化矣/ 구이부문기향 즉여지화의).’ 그러면서 악한 사람과 있으면 상한 생선의 악취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동화되니 군자는 반드시 자기가 거처하고 사귀는데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前漢(전한)의 劉向(유향)이 이전의 지혜와 고사를 모아 편찬한 ‘說苑(설원)’에도 공자의 언급을 앞부분부터 인용한다. ‘자식에 대해 잘 모른다면 사귀는 친구를 보고, 임금에 대해 모른다면 그가 부리는 신하를 보라(不知其子 視其所友 不知其君 視其所使/ 부지기자 시기소우 부지기군 시기소사).’ 雜言(잡언)편에 나오는 이 구절은 아들을 잘 아는 사람은 아버지일지라도 친구는 다른 부분도 알고 있다는 이야기겠다.

명심보감에 家語(가어)에 나온다며 더 좋은 말이 이어진다.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과 동행하면 마치 안개 속을 가는 것과 같아서, 비록 옷은 젖지 않더라도 때때로 윤택함이 있다(與好學人同行 如霧中行 雖不濕衣 時時有潤/ 여호학인동행 여무중행 수부습의 시시유윤).’

어릴 때 竹馬(죽마)를 같이 타고 놀던 옛 친구도 자신의 이익이 있을 때만 찾았는데 오늘날은 더 삭막하다. 동료는 자기보다 능력이 있을 때 앞길을 막는 존재로 알고, 학우는 성적이 좋으면 자기의 경쟁 상대에서 거꾸러뜨려야 하는 존재다. 사회생활을 하며 발이 넓다고 자랑하는 사람도 항상 명심하면 좋을 말이 역시 명심보감에 있다.

‘서로 술이나 음식을 함께 할 때에는 형이니 동생이니 하는 친구는 많으나, 급하고 어려운 일을 당하였을 때에 도와줄 친구는 하나도 없다(酒食兄弟千個有 急難之朋一個無/ 주식형제천개유 급난지붕일개무).’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