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세別歲 - 지난해와 이별하다, 한 해를 보내다.
별세(別歲) - 지난해와 이별하다, 한 해를 보내다.
나눌 별(刂/5) 해 세(止/9)
높은 사람의 죽음을 別世(별세)라 하는 것이 익어서인지 한 해와 이별하는 別歲(별세)는 생소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모두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이라 경건해야 마땅한데 연초 새해를 맞으면서 거창한 계획을 세웠던 사람들일수록 성취도 없이 벌써 열두 달을 모두 보냈는지 허탈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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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그믐날 밤, 除夜(제야)가 지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우리 선조들은 여러 가지 행사를 가졌다. 집안에 불을 환하게 밝히고 가족이 둘러앉아 밤을 새우는 守歲(수세)가 그것이다. 묵은해를 지키는 것이 수세이면 지나온 해를 정성스레 이별하는 것이 별세이니 결국 같은 말이다. 순우리말로는 해 지킴이다.\x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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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에 ‘섣달그믐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거나 ‘섣달그믐날 밤에 잠을 자면 굼벵이가 된다’란 말이 있다. 섣달 마지막 밤을 부엌이나 곳간, 장독대 등에 불을 밝히고 가족끼리 둘러앉아 밤을 새우는 것은 부엌귀신인 竈王(조왕, 竈는 부엌 조)이나 몸속의 三尸蟲(삼시충)이란 벌레의 해코지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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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학자 洪錫謨(홍석모)가 지은 ‘東國歲時記(동국세시기)’에는 이러한 세시풍속이 다양하게 소개돼 있다. 여기에는 섣달그믐 밤의 여러 행사가 고려시대부터 이어져 왔다고 하고, 연원은 중국 蜀(촉)나라 풍속에서 술과 음식을 장만하여 서로 맞이하는 것을 別歲(별세), 밤에 불을 밝히는 것을 守歲(수세)라 한다는 데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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宋(송)나라의 대문장가 蘇軾(소식, 1036~1101)은 부친 蘇洵(소순), 아우 蘇轍(소철)과 함께 三蘇(삼소)로 불린다. 그가 고향 촉 땅의 연말 선물을 주고받고, 술자리를 벌이는 풍속에 대해 ‘別歲(별세)’란 제목의 시를 남겼다. 막 과거에 급제하여 먼 지방에서 근무하던 때라 더욱 고향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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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에는 ‘사람이야 갔다가도 다시 돌아 올 수 있지만, 가는 세월은 어찌 쫓아갈 수 있으랴(人行猶可復 歲行那可追/ 인행유가부 세행나가추)’라는 구절이 있고 마지막 연에 할 말을 한다. ‘묵은 해 가는 것 탄식하지 말게나, 새 해가 와도 이별은 또 오네(勿嗟舊歲別 行與新歲辭/ 물차구세별 행여신세사), 가고 가면서 뒤돌아보지 말게, 그대에게 노쇠만 주니 어서 가시게(去去勿回顧 還君老與衰/ 거거물회고 환군로여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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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제야 풍습은 거의 사라졌지만 간간히 폭죽도 터뜨리고, 사랑의 종 타종 행사도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xa0보기가 쉽지않다. 지나가는 계묘년에 이룩하겠다고 품은 꿈은 이룬 사람보다 허탈해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서민의\xa0소득은 줄어드는데 물가는\xa0오르고 빚만 늘어난다고 아우성이다. 지난해의 좋지 않은 기억들일랑 씻은 듯이 가시고 용의\xa0해에는 차곡차곡 실적을 쌓는 한해가 되도록 기원했으면 한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