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이鳳伊 김선달 1편
■ 봉이(鳳伊) 김선달 1편
봉이 김선달은 실존한 인물일까? 아닐까? 수많은 일화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면서 실재 인물인 것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그는 구전설화 속의 인물이다. 조선 후기의 부패한 세상을 풍자하고 해학과 위트로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낸 인물인 것이다.
왜란(倭亂)과 호란(胡亂)이 전 국토를 휩쓸고 지나가 민생이 도탄에 빠진 뒤에도, 조정은 붕당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여전히 민생은 외면한 채, 당리당략(黨利黨略)을 위한 소모적인 논쟁만을 일삼고 있었다. 영조와 정조가 즉위하면서 조선은 제2의 중흥기라 일컬을 만큼 간신히 정치·경제가 안정되는 듯 했으나, 그 후 어리거나 준비 안 된 왕들이 줄줄이 즉위하면서 외척들이 날뛰면서 정권을 좌지우지(左之右之)하는 세도정치가 이루어졌다. 그래서 순조부터 철종 때까지 정치적 혼란과 민생파탄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지방에서는 탐관오리의 수탈에 견디다 못한 백성들이 야반도주하는 통에 유랑민(流浪民)이 속출했고, 학정에 저항하는 민란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회 현실을 풍자하고 정치를 비판하는 이야기들이 민간에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평양의 김선달, 서울의 정수동, 영일의 정만서, 영덕의 방학중 등이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다. 즉, 당시의 정치와 사회상황이 비슷한 행적을 가진 풍자적 인물들의 설화를 탄생시켰고, 이상적인 사회와 미래를 갈구하는 민초들의 희망사항을 반영하는 인물들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었다.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봉이 김선달’도 그 시대가 만들어 낸 전설적 인물인 것이다.
하지만, ‘봉이 김선달’은 ‘홍길동’과 같이 정치인을 비판하고 서민들을 도우는 의로운 행동과는 좀 거리가 멀고, 기발한 착상과 허를 찌르는 행동으로 상대를 농락함으로써 금전적 이득을 취하여 일시적인 즐거움을 얻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정도의 인물이다. 요즘 세상에 이런 인물이 있다면, ‘사기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만한 한마디로 희대의 사기꾼이다. 김선달의 경우는 상대를 농락하여 얻어진 이득은 거의 전적으로 자신에게만 돌아오지 다른 사람을 도운다든지 정의로운 일에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정의롭지 못한 상대를 골탕먹이고 한방 먹였다든지, 상대가 개과천선했다는 식의 이야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잘못 없이 피해를 보는 애꿎은 사람이 생기기도 했다.
평양을 중심으로 서북지역에서 발생한 김선달 설화는 각종 야담집과 입소문을 통해 조선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설화 속에서 김선달은 주로 한양 사람을 골탕 먹이는 경우가 많다. 조선 왕조 내내 정계에서 소외받았던 서북인들의 정서를 조금은 대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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