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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3일 수요일

봉이鳳伊 김선달 6편

■ 봉이鳳伊 김선달 6편

■ 봉이(鳳伊) 김선달 6편

10. 어느 날 김선달이 주막에 가서 외상술을 청했다. 주모는 식전에 외상술은 안 판다면서 거절했다. 주모가 식사하러 간 사이에 김선달이 하릴 없이 마당 끝에 쪼그려 앉아 있는데, 돼지 한 마리가 우리에서 빠져 나오더니 마당에 널어놓은 술밥을 먹으면서 더러운 발로 마구 헤집고 다녔다. 하지만 김선달은 돼지를 쫓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잠시 후 방에서 나온 주모가 깜짝 놀라 돼지를 붙잡아 우리에 집어넣은 다음 김선달에게 항의했다. “아니, 나리는 돼지가 술밥을 저 지경으로 만드는 걸 그냥 보고만 있었소?” 그러자 김선달은 멀뚱한 표정을 지으며 “나는 돼지가 돈내고 먹는 줄 알았지.” 라고 했다. 주모가 외상술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선달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복수를 한 것이다.

11. 봉이 김선달의 옆집에 장님이 한 명 살았다. 어느 날 김선달은 장님에게 목욕하러 가자면서 동네를 대여섯 바퀴를 빙빙 돈 다음, 오줌통에 큰 돌을 넣어 ‘첨벙’ 소리를 낸 다음 “내가 먼저 물속에 들어왔으니 당신도 빨리 들어오게.”라고 재촉했다. 장님이 멋모르고 옷을 벗고 첨벙 들어갔다가 오줌만 실컷 들이 마시게 되었다.

이처럼 김선달 설화는 기발한 재치와 지혜, 익살, 유머가 총동원된 일종의 풍자극인 것 같지만, 여러 일화를 통해 그의 이기심과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고 괴롭히는 일면도 엿볼 수 있다. 김선달은 기득권자인 양반이나 그들과 결탁하여 큰돈을 번 부자를 목표로 삼기도 했지만, 무고한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는 어느 누구든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존재라면 이용하였고, 만일 상대가 자신을 골탕 먹이려 하면 몇 배로 고스란히 갚아주었다. 이런 그에게서 시대를 앞서가는 민중의식이나 변혁의지는 결코 보이지 않으며, 그가 서민의 친구이거나 정의의 사도 또는 호탕한 풍류객으로도 결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김선달의 기발한 행각은 당대의 백성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주기도 했다. 물론 그가 행한 방법을 현실에서 시도한다면 성공 확률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고, 더구나 요즘 세상이라면 사기나 횡령죄에 해당할 것이 뻔하다. 이처럼 보통 사람들은 불가능한 일이기에 오히려 그의 활약상에 대한 기대감과 성취감이 배가되었을 수도 있다. 김선달 설화에는 무능한 선비를 조소하는 이야기도 많이 등장한다. 바야흐로 공고했던 신분제가 흔들리면서 사회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데, 여전히 공자 왈 맹자 왈 하면서 무위도식을 일삼고, 한겨울에 홑옷차림으로 벌벌 떨면서도 겻불조차 쬐지 않는 몰락한 양반들이 한심스러웠던 것이다. 김선달은 이런 선비들을 마음껏 조소하고 희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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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달이 행한 여러 행동들은 사람들에게 어떤 교훈을 전해주려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남을 속이는 행위를 통해 통쾌함을 유발시키기 위해서인 것이다. 그러기에 김선달설화 가운데에는 《고금소총》류의 음담패설도 많이 있다. 등장인물도 팥죽장수, 순라꾼, 고을사또, 평양감사 등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았고, 누구든 속일 수 있고 누구든 바보로 만들 수도 있었다. 돈 한 푼 없이 한양으로 갔다가 물에 빠진 척해서, 건져준 나그네에게 오히려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한 일화는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내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 는 속담의 유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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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 KIMSEM과 함께 역사 다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