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창부수夫唱婦隨 - 남편이 주장하고 아내가 이에 잘 따름
부창부수(夫唱婦隨) - 남편이 주장하고 아내가 이에 잘 따름
지아비 부(大/1) 부를 창(口/8) 며느리 부(女/8) 따를 수(阝/13)
부부는 二身同體(이신동체)라고 했다. 두 사람이 합쳐 1 1=2가 아니라 1 1=1이 되는 것은 각각 개성이 반만 남게 되기 때문인데 그것이 사랑이라고 一石(일석)이 풀이한 적이 있다. 속담에 ‘내외간 싸움은 칼로 물 베기’란 것이 있다. 물을 칼로 아무리 베어도 흔적이 남지 않고 합쳐지듯이 화합하기 쉬움을 비유한다. 한 몸이 물 베기라고 해서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그래서 부부간의 화합을 바라는 성어가 유난히 많다. 대표적인 것을 든다면 琴瑟相和(금슬상화), 百年偕老(백년해로), 比翼連理(비익연리), 鴛鴦之契(원앙지계), 偕老同穴(해로동혈) 등이다.
지아비가 노래 부르면(夫唱) 아내는 따라 부른다(婦隨)는 이 성어는 부인을 자기의 의견에 따르도록 윽박지르는 남편이 즐겨 내세우는데 사용한다. 하지만 남편이 옳은 의견을 낼 때 아내가 그 뜻에 잘 따라 화합을 이룬다는 뜻이지 男尊女卑(남존여비), 바람을 피우거나 턱없는 뜻에도 잘 따른다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중국 周(주)나라 때의 사람 尹喜(윤희)가 지은 ‘關尹子(관윤자)’에서 처음 유래했다. 윤희는 中原(중원)과 關中(관중)을 잇는 험난한 요새 函谷關(함곡관)을 지키는 관리였는데 그곳을 지나던 老子(노자)에게서 道德經(도덕경)을 받았다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三極篇(삼극편)에 실린 부분을 보자. ‘천하의 이치는 남편이 노래 부르면 아내가 따르고, 수소가 달리면 암소가 뒤쫓으며, 새의 수컷이 울면 암컷이 응한다(天下之理 夫者倡 婦者隨 牡者馳 牝者逐 雄者鳴 雌者應/ 천하지리 부자창 부자수 모자치 빈자축 웅자명 자자응).’ 이러한 까닭으로 성인이 언행을 정하고 현인이 그것을 바로잡는다고 했다. 원문의 倡(창)은 광대, 노래 부른다는 뜻 외에 가무, 연극까지 더 뜻이 넓다. 암소가 내키지 않을 때는 수소를 따라가지 않듯 남편이 끌어도 일방적이지는 않고 사이좋게 잘 화합해야 한다는 뜻을 가졌다.
남남이었던 부부가 부부로 만나 같이 늙으며 같은 무덤에 묻히는 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쳤다는 偕老同穴(해로동혈)은 점차 옛 이야기가 되는듯하다. 자식 때문에 산다는 부부가 결혼 시킨 뒤에는 황혼이혼을 하는 부부가 큰 폭으로 는다고 하니 말이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좋은 뜻은 따르고 서로 밀어준다면 노후가 더 행복할 것이다. / 글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