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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7일 일요일

북창삼우北窓三友 - 북쪽 창의 세 가지 벗, 거문고와 술과 시

북창삼우北窓三友 - 북쪽 창의 세 가지 벗, 거문고와 술과 시

북창삼우(北窓三友) - 북쪽 창의 세 가지 벗, 거문고와 술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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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북(匕/3) 창 창(穴/6) 석 삼(一/2) 벗 우(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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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때 가까이 두는 紙筆墨硯(지필묵연)의 네 가지 문방구를 文房四友(문방사우)라 하고, 추위에 잘 견디는 소나무, 대나무, 매화 松竹梅(송죽매)를 歲寒三友(세한삼우)라 한다. 孔子(공자)는 추운 겨울에도 꿋꿋이 지조를 지킨다고 소나무와 잣나무를 歲寒松柏(세한송백)이라 기렸고, 秋史(추사) 金正喜(김정희)가 그린 歲寒圖(세한도)는 국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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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북쪽으로 난 창문(北窓)의 세 가지 벗(三友)이 더해진다. 남향집이 많아 북쪽으로 난 창이 하늘 바라보기 좋다고 북창일 수도 있겠지만 唐(당)나라의 白居易(백거이, 772~846)가 ‘北窓三友(북창삼우)’란 시에서 노래한 거문고, 술, 시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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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天(낙천)이란 자로 잘 알려진 대시인 백거이는 李白(이백), 杜甫(두보), 韓愈(한유)와 더불어 李杜韓白(이두한백)으로 불릴 정도였고, 아호도 香山居士(향산거사)와 함께 시와 술과 거문고를 三友(삼우)로 한다며 醉吟先生(취음선생)으로 썼다. 세 가지를 벗으로 삼은 것은 각각 스승으로 삼은 세 사람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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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東晉(동진)의 전원시인 陶淵明(도연명), 거문고를 가까이하며 三樂(삼락)을 자족한 春秋時代(춘추시대)의 은사 榮啓期(영계기), 술을 좋아하여 酒德頌(주덕송)을 남긴 竹林七賢(죽림칠현) 중의 劉伶(유령)이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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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벗을 노래한 시의 앞부분을 보자. ‘오늘도 북창 아래 앉아서, 해야 할 게 무엇인가 자문하네(今日北窗下 自問何所爲/ 금일북창하 자문하소위), 생각만 해도 즐거운 벗 셋을 얻었으니, 세 벗은 누구인가(欣然得三友 三友者爲誰/ 흔연득삼우 삼우자위수), 거문고를 뜯다가 술 마시고, 술 마시다 문득 시를 읊으니(琴罷輒擧酒 酒口輒吟詩/ 금파첩거주 주구첩음시), 세 벗이 번갈아 서로를 끌어주어, 돌고 돌아 끝이 없구나(三友遞相引 循環無已時/ 삼우체상인 순환무이시).’ 窗은 窓의 본자인데 北窗(북창)이란 말도 도연명의 시구 ‘북창 아래 누워 있다(北窗下臥/ 북창하와)’는 표현에서 따와 한적하고 여유로운 삶을 가리킨 말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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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문인들이라도 거문고를 연주하다가 싫증나면 술을 마시고 또 흥이 나면 문득 시를 짓는 처지라면 누구나 부러워했을 것이다. 오늘의 눈으로 보면 너무나 비생산적인 일에 빈둥거린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있을지라도 유유자적하던 옛 사람들은 인생을 즐기며 가야할 길을 잘 알고 그 길을 후세에 남기기도 했다. 물질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없이 항상 쫓기는 현대인들은 그저 부러울 뿐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