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언소不苟言笑 - 남을 헐뜯거나 비웃지 않는다.
불구언소(不苟言笑) - 남을 헐뜯거나 비웃지 않는다.
아닐 불(一/3) 진실로 구(艹/5) 말씀 언(言/0) 웃음 소(竹/4)
중국 儒家(유가)의 경전이라면 보통 四書五經(사서오경)을 일컫는다. 사서는 상식으로도 論語(논어), 孟子(맹자), 大學(대학), 中庸(중용)으로 줄줄이 댈 수 있게 익숙한데 오경은 그렇지 않다. 처음 삼경이라 하여 詩經(시경), 書經(서경), 易經(역경)이던 것이 禮記(예기)와 春秋(춘추)를 넣어 오경이 됐지만 아무래도 사서에 비해 일반에 덜 친숙하다.
이는 더 역사가 오랜 오경보다 성리학에서 孔子(공자)의 언행록과 직접 관련성이 있는 사서를 더 중시한데서 왔다고 본다. 민요와 법제를 다루고 길흉을 점친 삼경에서 뒤늦게 역사서인 춘추와 예의 이론을 다룬 예기를 포함시켰다고 홀대를 한 것은 아니다.
이중 예기는 의례의 해설뿐 아니라 정치, 음악, 학문 등 일상의 영역까지 언급한다. 다방면에 걸쳐 예의 근본정신에 대해 기술하고 도덕적인 면을 강조하여 실제 경서의 첫손에 꼽히기도 한다. 그래서 荀子(순자)는 자신의 책 勸學(권학)편에서 ‘학문은 시경 서경 등 경을 암송하는 데서 시작하고, 예기를 읽는 데서 끝낸다(始乎誦經 終乎讀禮/ 시호송경 종호독례)’고 할 정도였다.
공자가 편찬에 참여했다고 하고, 성리학의 朱熹(주희)가 예기에서 대학 중용을 독립시켜 사서에 포함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경솔하게 남을 헐뜯거나 비웃지 않는다는 뜻의 이 성어는 五禮(오례)를 다룬 이 책의 첫 부분 曲禮(곡례)편에 나온다.
말과 행동을 바르게 하는 것이 예의 근본이고 나라를 위한 출세보다 부모를 잘 모시는 것이 앞서야 한다고 곳곳에서 강조한다. 부모가 말씀하기 전에 알아듣고 보여주기 전에 깨달아야 하는 것이 사람의 자녀로서 해야 할 일이라며 이어진다.
‘높은 곳에 오르지 않으며 깊은 곳에 가지 않고(不登高 不臨深/ 부등고 불임심), 섣불리 남을 헐뜯지 않고 남을 비웃지 않는다(不茍訾 不茍笑/ 불구자 불구소).’ 위험한 곳에 가지 않는 것이 부모의 걱정을 덜어드리는 길이고, 남을 험담하는 것은 어버이를 욕되게 하는 것이 되므로 삼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訾는 헐뜯을 자. 不苟笑語(불구소어), 不苟訾笑(불구자소)로 줄여 써도 같다.
곡례편에 효자가 행하는 유명한 말이 더 있다. 추울 때는 따뜻하게 보호하고 여름철에는 시원하게 해 드린다는 冬溫夏凊(동온하정, 凊은 서늘할 정), 아침저녁 잠자리와 안부를 살피는 昏定晨省(혼정신성), 그리고 나갈 때 아뢰고 들어와서 뵙는다는 出必告 反必面(출필곡 반필면) 등이다.
이러한 것은 요즘 부모도 성가실 일이고, 자녀도 바쁜 현대의 독립된 생활에서 모두 실현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말로써 말이 많은 세상에서 없는 말을 지어내거나 남을 헐뜯어 시비를 자초하는 일은 자신뿐 아니라 부모도 욕되게 하니 꼭 실천해야 한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