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중물非池中物 - 연못의 동물이 아니다, 비범한 인물이나 장차 대성할 사람
비지중물(非池中物) - 연못의 동물이 아니다, 비범한 인물이나 장차 대성할 사람
아닐 비(非/0) 못 지(氵/3) 가운데 중(丨/3) 물건 물(牛/4)
그 사람은 보통이 아니라고 말할 때 수준이 평균 이하일 때는 없다. 많은 재주를 지닌 사람이 군중 속에 묻혀 있어도 저절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있어도 없는 듯하고, 가득 차도 텅 빈 듯한 것을 말하는 有若無 實若虛(유약무 실약허)는 고수의 경지에 든 사람이다. ‘주머니에 들어간 송곳’은 뾰족한 끝이 튀어 나오므로 錐處囊中(추처낭중)이고 결국엔 脫穎而出(탈영이출)이 된다. 지금은 연못에 잠겨 있더라도 때를 만나면 하늘로 오르는 용은 결코 못 속의 동물(池中物)에 그칠 수 없다. 비범한 인물이나 앞으로 대성할 사람은 보통사람과 섞여 있어도 기회만 오면 반드시 공을 이루는 인물을 지칭하는 말이다.
중국 三國時代(삼국시대, 220년~280년)를 기록한 陳壽(진수)의 정사 ‘三國志(삼국지)’에서 劉備(유비)의 됨됨이를 나타내면서 이 성어가 자주 사용됐다. 蜀(촉)을 이끌던 유비는 關羽(관우)를 죽게 한 吳(오)나라에 복수할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曹操(조조)가 魏(위)의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오자 오나라 孫權(손권)과 화친할 수밖에 없었다. 오의 명신 周瑜(주유)는 손권의 누이동생과 유비를 결혼시킨다고 유인하여 암살할 계획을 세우며 말했다. ‘지금 유비를 놓아 보내면 때를 못 만난 교룡이 비구름을 얻는 형국이나 마찬가지로 결코 연못 속 작은 동물이라 할 수 없습니다(今若縱之 恐蛟龍得雲雨 終非池中物也/ 금약종지 공교룡득운우 종비지중물야).’ 하지만 손권 모친의 반대로 유비의 살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三國志演義(삼국지연의)’에는 曹植(조식)을 가리키면서도 사용됐다. 조조의 아들 曹丕(조비)는 재주가 많은 동생 조식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까 항상 경계했다. 煮豆燃萁(자두연기, 萁는 콩대 기)의 七步詩(칠보시)를 짓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조비에게 오나라 출신의 華歆(화흠)이란 신하가 진언한다. ‘조식은 재주가 풍부하여 못 속의 동물이 아니니 일찍 제거하지 않으면 후환이 있습니다(子建懷才抱智 終非池中物 若不早除 必爲後患/ 자건회재포지 종비지중물 약불조제 필위후환).’ 신망 높은 화흠도 권력의 냉혹함은 어쩔 수 없었던가 보다. 華欽(화흠)이라 나오는 곳도 있다. 子建(자건)은 조식의 자.
평범한 사람들 속에는 비범한 재주를 가진 영재가 끼어있다. 때를 못 만나면 그냥 시들어버릴 인재다. 이러한 보물을 찾아내어 갈고 닦아야 앞날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 각지의 재주꾼들이 모여들어 실력을 겨루던 일류학교들은 평준화 시책 이후 사라졌다. 소수의 영재들을 발탁하여 교육하는 특수학교들도 여러 가지 제약으로 점차 위축되고 있다. 세상에 묻혀 있으면 아무도 영웅을 알아볼 수 없다. 이들을 찾아내어 뒷받침하고 재주를 펼칠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미래의 일꾼들이 자란다. / 글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