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일
사는 일
쓸쓸함을 이기는 것은
쓸쓸함 뿐이다
눈물을 위로하는 것은
더 큰 눈물뿐이다
때로 슬픈 사랑은
슬픔이 껴안아 잠재우고
절망은 깊은 어둠에 묻혀야
깨어날 수 있다
사는 일이 다 그러지 아니하느냐
다 잃은 사람은
그 비움으로 생을 채운다
-류석우-
사는 일
쓸쓸함을 이기는 것은
쓸쓸함 뿐이다
눈물을 위로하는 것은
더 큰 눈물뿐이다
때로 슬픈 사랑은
슬픔이 껴안아 잠재우고
절망은 깊은 어둠에 묻혀야
깨어날 수 있다
사는 일이 다 그러지 아니하느냐
다 잃은 사람은
그 비움으로 생을 채운다
-류석우-
사는 일
오늘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서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날갯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나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