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고,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는 인생이라고, 그래서 무엇을 하든 겁부터 난다는 환자가 있었다. 그녀가 내게 물었다.
일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고,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는 인생이라고, 그래서 무엇을 하든 겁부터 난다는 환자가 있었다. 그녀가 내게 물었다.
“제가 그 일을 하는 게 맞을까요? 했다가 후회하면 어떡하죠? 만약 일이 잘못되면요? 차라리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녀의 간절한 표정을 뒤로하고 나는 말했다. “제가 점쟁이도 아닌데 어떻게 알겠어요?”
“그건 알지만 그래도 조언을 해 주실 수는 있잖아요.” 나는 끝내 그녀가 원하는 조언을 해 주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고민을 끝까지 들어 주었을 따름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어떤 선택을 하든 잘 헤쳐 나갈 테니 용기 내어 딱 한발만 내디뎌 보라고 했다.
잘못된 길이라면 아예 내딛고 싶지 않은 그녀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미 몇 번 실패를 경험한 그녀가 많이 지쳐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계속 결정을 미룬 채 고민을 더 해 봐야 시간만 흘러간다는 것이다. 그게 옳은 선택이든 아니든 이제는 결정을 내리고, 선택한 그 방향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야 한다.
가서 경험을 해 봐야 자신과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혜남 ‘오늘 내가 사는게 재미있는 이유’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