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끝나고 나면
사랑이 끝나고 나면
광활한 황무지에 홀로 서 있는 듯 막막하다.
식구들이나 동료들 친구들도 저만치 멀리 있고,
미래나 인생 학점이나 돈 따위들이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밀려온다.
연애는 사랑위에 이루어지고.
결혼은 현실위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한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고 삶이지만,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미래를 계획하고 꿈꾸며 설계한다.
언제 어떤 사람과 어떻게 사랑에 빠질 지 모르면서
우리는 사랑이 끝나면
다시는 그런 사랑은 하지 못할까봐 겁내고,
사랑이 시작할 때는
그 사랑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으로 단정지어 버린다.
앞도 뒤도 없이 밑도 끝도 없이
현재로 침몰하는 사랑이야기
-요시모토 바나나 ‘하치의 마지막 연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