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본축말捨本逐末 - 기본을 버리고 지엽적인 것을 쫓다.
사본축말(捨本逐末) - 기본을 버리고 지엽적인 것을 쫓다.
버릴 사(扌/8) 근본 본(木/1) 쫓을 축(辶/7) 끝 말(木/1)
‘뿌리 없는 나무가 없다’는 너무나 당연한 말은 모든 사물에는 근본이 있다는 뜻이다. ‘물은 근원이 없어지면 끊어지고 나무는 뿌리가 없어지면 죽는다’고 모두 근본을 중시했다.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제가 살던 굴이 있는 언덕으로 돌린다는 狐死首丘(호사수구)는 난 곳을 그리워하는 것을 나타냈다. 짐승도 그러한데 사람은 더하다. 막돼먹은 짓을 하면 근본도 없는 놈이라고 호통 친다. 원래 있을 자리에 있지 않고 발이 위에 있는 足反居上(족반거상)이나 머리에 쓸 관이 신발과 자리가 바뀐 冠履倒置(관리도치)는 사물의 위치가 뒤집힌 것을 뜻했다. 本末倒置(본말도치)와 같다.
정작 필요한 본질적인 것을 버리고(捨本) 지엽적인 것을 쫓는다(逐末)면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지 못해 일을 그르친다. 중국 前漢(전한)의 왕족 출신으로 많은 저작을 남긴 劉向(유향)은 특히 ‘戰國策(전국책)’으로 잘 알려졌다. 戰國時代(전국시대, 기원전 403년~221년)에 활약한 전략가들의 일화를 흥미진진하게 엮어 春秋時代(춘추시대)를 잇는 시대를 명명했을 정도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齊策(제책) 부분에 백성이 근본이고 왕은 그에 따르는 것이라고 말한 부분이 나온다.
趙(조)나라의 威后(위후)는 惠文王(혜문왕)의 사후 아들이 孝成王(효성왕)에 오르자 수렴청정을 하며 슬기롭게 난국을 이끌었다. 秦(진)나라가 쳐들어왔을 때 친정 나라인 齊(제)에 구원병을 청하여 막아내기도 하는 등 명망이 높았다. 제나라 襄王(양왕)이 어느 때 사신을 위후에 보내 국서를 전달하게 했다. 위후가 사신을 맞아 농사는 어떤지 백성들은 평안한지 물었다. 왕의 안부를 먼저 묻지 않았다고 사신이 지적하자 위후가 백성 없는 왕이 어디 있겠느냐며 답했다. ‘그렇게 한다면 근본을 버리고 지엽적인 것을 묻는 것과 같습니다(故有問 舍本而問末者耶/ 고유문 사본이문말자야).’ 집 舍(사)는 버릴 捨(사)의 뜻도 있다.
지엽말단에만 매달려 일을 하다 보면 전체의 줄기를 잃어 실패하기 쉽다. 본질을 잘 파악하고 거기에서 파생될 문제점을 점검하여 대비해야 한다. 그렇다고 근본만 중요하다고 하여 이론대로 신념을 굽히지 않으면 종교에서 문제가 되는 근본주의, 펀더멘털리즘(fundamentalism)이 되기 쉽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변화를 수용하지 않고 자기만 옳다고 여기는 경향이 강해 끊임없는 분란이 일어난다. 다른 사람도 옳을 수 있으므로 상대존중 傾聽(경청)이 필요하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