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을 연습해보기로 했다
사색을 연습해보기로 했다
인생을 오선지에 옮겨 그렸을 때
구간마다 틈틈이 쉼표가 놓여 있길 바랐다.
하지만 걱정을 걱정하고
앞당겨서 불안해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나로서는
그것마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동시에 깨달았다.
속도를 내기 위해 근력을 키우듯
속도를 늦추는 데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여유는 시간의 잉여분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다만 인생을 통째로 뒤엎을 필요는 없었다.
작은 습관의 변화만으로도 충분했다.
가령 버스나 지하철은
한 정거장 일찍 하차해서 걸어 다니고
부족한 솜씨나마 천천히 핸드드립 커피를 마셨다.
횡단보도의 점멸 신호가 깜빡일 때
무리해서 건너지 않는 것,
최단거리 대신 골목으로 에둘러 가는 것,
주말에는 업무 이메일을 가급적
확인하지도 보내지도 않는 것,
식빵을 토스터 대신 석쇠에 서서히 굽는 것 또한
노력의 연장선상이었다.
인생엔 연습이 없다지만
단단한 생활에는 훈련이 필요했다.
미처 챙겨오지 못한 책의 아쉬움도 잠시,
이내 책 같은 건 읽지 않아도 좋다는 안도가
실바람처럼 마음을 스쳤다.
나는 사색을 연습해보기로 했다.
-송은정 ‘빼기의 여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