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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6일 수요일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 죽은 뒤의 약방문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 죽은 뒤의 약방문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 죽은 뒤의 약방문

죽을 사(歹/2) 뒤 후(彳/6) 약 약(艹/15) 모 방(方/0) 글월 문(文/0)

약방문은 약을 짓기 위하여 약 이름과 약의 분량을 적은 종이다. 줄여서 方文(방문)이나 藥和劑(약화제)로도 쓰지만 오늘날의 處方箋(처방전)이라면 쉽게 알아본다. 약방문에 대해 ‘莊子(장자)’의 逍遙遊(소요유)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손을 트지 않게 하는 약을 발명한 사람이 세탁을 하고 있었다. 宋(송)나라의 한 사람이 그 약방문을 돈을 주고 사서 왕에게 유세하여 수군에 사용하게 한 결과 큰 효과를 봤다. 송나라 사람은 그 공으로 봉토를 받았다. 어디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에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교훈이다.

아무리 神醫(신의)라고 알려진 耆婆扁鵲(기파편작)의 약방문이라도 사람이 죽고 난 뒤에는 휴지 조각이다. 사후약방문은 이처럼 시기를 잃어 낭패를 보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평소에는 방비를 소홀히 하다가 실패한 뒤에야 허둥지둥 대비하는 것이나 일이 실패로 끝난 뒤에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소용이 없다고 할 때 두루 쓰인다. 死後淸心丸(사후청심환), 成服後藥方文(성복후약방문), 神祀後鳴缶(신사후명부) 등도 똑 같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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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仁祖(인조) 때의 학자 洪萬宗(홍만종)이 지은 문학평론집 ‘旬五志(순오지)’에 이런 말이 나온다. ‘굿 뒷날 장구친다는 것은 일이 다 끝난 뒤에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을 일컬음이다. 말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은 양을 잃어버린 뒤 우리를 손질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神祀後鳴缶 言後於事 失馬治廐 言亡羊補圈之類/ 신사후명부 언후어사 실마치구 언망양보권지류).‘ 缶는 장군, 질장구 부, 廐는 마구간 구. 조선 후기 실학자 李德懋(이덕무, 懋는 힘쓸 무)의 ’洌上方言(열상방언)‘에는 ’신사 다 끝난 뒤에 부질없이 장구친다(神祀後 浪鳴缶/ 신사후 랑명부)로 나온다. 비슷한 뜻을 가진 속담도 많다. 늦은 밥 먹고 罷場(파장) 간다, 단솥에 물 붓기 등이다. 장이 끝난 뒤에 가 보았자 소용없고, 벌겋게 달아 있는 솥에 몇 방울의 물을 떨어뜨려 보았자 솥이 식을 리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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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선 사후약방문과 비슷한 뜻으로 쓰지만 앞서 나왔던 亡羊補牢(망양보뢰)는 전혀 다른 뜻도 포함한다. 양을 잃은 뒤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으며 나머지를 잘 지키기 위해 방비를 더 튼튼히 하는 것은 어리석지 않다고 ‘戰國策(전국책)’에서 깨우친다./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