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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3일 수요일

독조한강설獨釣寒江雪 - 눈 내리는 차가운 강에서 홀로 낚시질, 산수화 같은 풍경

독조한강설獨釣寒江雪 - 눈 내리는 차가운 강에서 홀로 낚시질, 산수화 같은 풍경

독조한강설(獨釣寒江雪) - 눈 내리는 차가운 강에서 홀로 낚시질, 산수화 같은 풍경

홀로 독(犭/13) 낚을 조(金/3) 찰 한(宀/9) 강 강(氵/3) 눈 설(雨/3)

자연을 묘사하여 마치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빼어난 시가 있다. 산수를 유람하며 자연 속의 아름다운 정경을 노래하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시인의 심경을 山水自然詩(산수자연시) 들이다. 중국 東晉(동진)의 전원시인 陶淵明(도연명) 때에 싹이 트고 唐(당)나라에서 꽃을 피운 자연시파는 王維(왕유)나 孟浩然(맹호연) 등에서 절정을 이뤘다.

무려 4만 8900 수의 全唐詩(전당시)를 남긴 시의 시대 당에선 물론 산수전원만을 노래한 것이 아니고 다양한 주제가 있지만 그림을 그리는 듯한 자연시에서 더욱 이끄는 맛이 있다. 자연시의 전통을 잇는 王孟韋柳(왕맹위류)란 말도 있는데 뒤 세대의 韋應物(위응물)과 柳宗元(유종원, 773~819)을 포함한 것이다.

차고 시린 눈이 산이고 들이고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었다. 눈 덮인 추운 강가에서 홀로 낚시를 하는 노인이 있다. 이 장면을 그린 잘 알려진 시가 유종원의 ‘江雪(강설)’이다. ’온 산엔 새들도 자취 끊겨 고요하고, 모든 길엔 사람의 행적도 사라졌네(千山鳥飛絶 萬徑人蹤滅/ 천산조비절 만경인종멸), 외로운 조각배에 도롱이 삿갓 쓴 늙은이, 눈 내리는 차가운 강에서 낚시질하는구나(孤舟簑笠翁 獨釣寒江雪/ 고주사립옹 독조한강설).‘ 千山(천산)은 물론 굽이진 산이고 逕은 지름길 경, 徑(경)과 같다. 蹤은 발자취 종, 簑는 도롱이 사, 짚이나 띠 따위로 엮어 허리나 어깨에 걸쳐 두르는 옛날 농부의 비옷을 말한다.

오언절구의 제일 처음 구절 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을 소개하면서 나왔듯 이렇게 이미지가 바로 뜨는 멋진 산수화의 작가 유종원은 韓愈(한유)와 함께 古文(고문)운동을 일으켜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에 함께 들어가며 韓柳(한류)로 불린다. 하지만 혁신정치 집단에 참여했다가 지방으로 좌천되어 오랫동안 변경생활을 하며 울분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욕망과 번뇌에 가득 찬 속세를 초월하여 대자연에 은거한 낚시꾼 늙은이는 외로운 배와 도롱이와 삿갓을 씌워 유종원 자신을 나타낸다. 차가운 눈을 맞으면서 무심히 강에 낚싯대를 드리운 늙은이의 모습에서 중앙에서 밀려난 정치적 실의와 고독감을 이겨내려는 정신력도 나타내고 있다.

번잡한 사회에서 은퇴하여 초야에 묻히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꿈꿀만한 내용이다. 이런 풍광을 그리면서 도저히 재주가 못 미친다고 자탄하는 조선 중기의 명신 申欽(신흠)의 멋진 시도 함께 보자. ‘골 메우고 산을 덮어 눈 닿는 덴 모두 같아, 온 세계는 구슬이요 집들은 수정궁궐(塡壑埋山極目同 瓊瑤世界水晶宮/ 전학매산극목동 경요세계수정궁), 인간 세상 화가들이 무수히 많겠지만, 음양의 조화만은 그리기가 어렵다네(人間畵史知無數 難寫陰陽變化功/ 인간화사지무수 난사음양변화공).’ 백설이 덮인 천지는 감상만으로 족하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