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갑자 동방삭三千甲子 東方朔 - 18만년을 산 동방삭, 장수하는 사람의 비유
삼천갑자 동방삭(三千甲子 東方朔) - 18만년을 산 동방삭, 장수하는 사람의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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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삼(一/2) 일천 천(十/1) 갑옷 갑(田/0) 동녘 동(木/4) 모 방(方/0) 초하루 삭(月/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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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 설화 ‘삼년고개‘는 지역 곳곳서 전래되고 교과서에도 실린 적이 있다. 할아버지가 장에 갔다가 고개 넘어 귀가하던 중 잘못 넘어졌다. 그 고개는 넘어지면 삼년밖에 살지 못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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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삼년밖에 못 산다고 식구들 모두 걱정이 태산인데 옆집 총각이 와서 ’한번 더 구르면 삼년 더 살겠네요’ 한다. 옳다구나 여긴 할아버지는 고개에 가서 구르고 또 굴러 오랫동안 살았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어떤 설화에는 할아버지가 구를 때 공중에서 ‘동방삭도 여기서 천 번을 굴렀다’하는 말이 들렸다고 한다. 장수의 상징 東方朔(동방삭)까지 가미되어 삼년고개가 장수고개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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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삭은 중국 前漢(전한)때의 실존 인물이다. 그의 장수의 수식어가 된 三千甲子(삼천갑자)는 1갑자가 60년이니 18만년이다. 서기전 154년 출생으로 이제 2200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설화 속의 이야기지만 서방의 玉山(옥산)에 사는 西王母(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쳐 몰래 삼켰기 때문에 불사의 몸이 되었고, 삼천갑자의 수명대로라면 아직 유아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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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서기전 93년에 사망했는데 班固(반고)가 20년에 걸쳐 완성한 ‘漢書(한서)’의 동방삭전에는 변론에 뛰어났고 해학과 임기응변에 능하여 武帝(무제)의 총애를 받은 것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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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가 널리 인재를 구한다고 공표하자 기지 넘치는 동방삭이 장문의 소를 올렸다. 자신은 일찍 글을 배워 44만자를 알고 키는 9척이 넘는데다 ‘용맹하기는 맹분과 같고 민첩하기는 경기와 같고, 청렴하기는 포숙에 비유되고 신임을 지키기는 미생과 같으니(勇若孟賁 捷若慶忌 廉若鮑叔 信若尾生/ 용약맹분 첩약경기 염약포숙 신약미생)’ 자신이 대신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떠벌려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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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한 사람은 모두 春秋時代(춘추시대)에 그 방면의 위인이었다. 여러 재주를 지닌 동방삭은 발탁이 된 뒤 단순한 익살꾼을 넘어 황제의 사치에 대해 간언하고 부국강병책을 건의도 하는 등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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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삭은 그러나 황제가 재주꾼으로만 여겨 고위직에는 오르지 못했다. 불만이 있더라도 잘못된 일에 재미있게 비유하여 건의를 하는데 게으르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삼년고개 설화도 삼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것을 역으로 해석하여 계속 넘어지게 한 이웃집 총각의 총기가 신선하다.
개인사나 더 큰 나라의 일도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비관적인 전망만 해서는 제자리걸음 아니면 후퇴가 기다린다. 긍정적인 면을 찾아 앞날을 내다보는 파격도 필요하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