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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9일 토요일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xa0/ 고정희\x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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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xa0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xa0

뿌리 깊으면야\xa0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xa0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xa0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xa0\xa0

\xa0

뿌리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xa0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xa0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xa0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xa0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xa0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xa0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xa0\xa0

\xa0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xa0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xa0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xa0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xa0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xa0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xa0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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