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복수행惜福修行 - 복을 아껴 검소하게 생활하다.
석복수행(惜福修行) - 복을 아껴 검소하게 생활하다.
아낄 석(心/8) 복 복(示/9) 닦을 수(亻/8) 다닐 행(行/0)
넘치는 것은 모자라는 것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다.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過猶不及(과유불급)이 나타내는 바다. 재물이 계속 나온다는 보물단지 화수분이 아닌 다음에야 아무리 풍부한 재물을 갖고 있더라도 흥청망청하면 바닥이 난다. 욕심이 지나쳐 전성기가 지나면 쇠퇴하게 된다는 교훈을 주는 말은 숱하다. 苦盡甘來(고진감래)고 權不十年(권불십년)이며, 月滿則虧(월만즉휴)에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이 잘 알려졌다. 과음을 경계하는 戒盈杯(계영배)의 가르침을 새기며 과욕을 부리지 않아 조선 후기의 거상 林尙沃(임상옥, 1779∼1855)은 거부가 되었다고 했다.
삶에서 만족할 만한 행운을 말하는 福(복)도 마찬가지다. 행복한 사람이라도 자기에게서 떠나가지 않을 것이라 믿고 절제하지 않는다면 달아날 것이다. 그래서 검소하게 생활하여 복을 오래 누리는 惜福(석복)이 중요하다고 예로부터 성현들이 교훈을 많이 남겼다. 복을 아끼라는 말이 나오는 곳이 많지만 몇 군데만 보자.\xa0
중국 元(원)나라 때 托克托(탁극탁) 등이 편찬한 ‘宋史(송사)’에는 태조가 공주의 사치를 나무라는 말이 나온다. ‘너는 귀하고 풍요롭게 자랐으니 복 받은 것을 소중히 여기고 지나침이 없도록 하라(汝生長富貴 當念惜福/ 여생장부귀 당념석복).’\xa0北宋(북송)때 승상을 지낸 張商英(장상영, 1043~1122)은 ‘일은 끝장을 보아서는 안 되고, 세력은 온전히 기대면 곤란하다. 말은 다 해서는 안 되고, 복은 끝까지 누리면 못 쓴다(事不可使盡 勢不可倚盡 言不可道盡 福不可享盡/ 사불가사진 세불가의진 언불가도진 복불가향진)’고 말했다.
蘇東坡(소동파)의 戒殺詩(계살시)라 알려져 있는 경구도 보자. ‘먹는 것에 어찌 끝이 있으랴(口腹貪饕豈有窮/ 구복탐도기유궁), 목구멍을 넘겨도 비게 되는데(咽喉一過總成空/ 인후일과총성공), 어떻게 복을 아껴 남길 수가 있을까(何如惜福留餘地/ 하여석복류여지), 맑게 비우는 마음에 즐거움이 있도다(養得淸虛樂在中/ 양득청허락재중).’ 饕는 탐할 도.\xa0조선의 許筠(허균, 1569~1618)도 문집 ‘惺所覆瓿藁(성소부부고, 瓿는 단지 부)’에서 좋은 말을 남겼다.
‘일은 완벽하게 끝을 보려 하지 말고, 세력은 끝까지 의지하지 말며(事不可使盡 勢不可倚盡/ 사불가사진 세불가의진), 말은 끝까지 다하지 말고, 복은 끝까지 다 누리지 말라(言不可道盡 福不可享盡/ 언불가도진 복불가향진).’\xa0어느 선에서 만족할 줄 알고 절제하며 더욱 낮추어 생활하는 수행은 道人(도인)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욕심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xa0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