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담후농先淡後濃 - 처음에는 담담하게 뒤로 갈수록 진하게
선담후농(先淡後濃) - 처음에는 담담하게 뒤로 갈수록 진하게
먼저 선(儿/4) 맑을 담(氵/8) 뒤 후(彳/6) 짙을 농(氵/13)
먼저 무엇을 하고 나중에 어떻게 하라는 先~後~류의 성어가 제법 된다. 공적인 일을 앞세우고 사사로운 일은 뒤로 先公後私(선공후사)와 같이 예를 배움보다 먼저 중시해야 한다는 先禮後學(선례후학), 그리고 세상의 근심할 일은 남보다 먼저 하고 즐길 일은 나중에 하라는 先憂後樂(선우후락)의 좋은 말이 있다.
처음에는 담담하게 하다가(先淡) 뒤로는 점차 진하게 한다(後濃)는 말도 濃淡(농담)이 색깔이 짙고 연하거나 용액이 진함과 묽음을 나타내듯이 水墨畵(수묵화)의 기법에서 여러 가지 일에 폭넓게 깨우쳐주는 교훈이 담긴다.
먼저 서화가의 먹 쓰는 법을 소개한 글이다. ‘화가는 먹물을 진하게도 묽게도 쓸 줄 알아야 한다(墨水或濃或淡/ 묵수혹농혹담), 어떤 경우는 처음엔 묽게 썼다가 뒤로 가면서 진하게 한다(或先淡後濃/ 혹선담후농), 어떤 때는 먼저 진하게 쓰고 나중에 묽게 쓴다(或先濃後淡/ 혹선농후담).’ 明(명)나라 화가 唐志契(당지계)가 한 말이라고 정민 저서 ‘習靜(습정)’에서 소개했다. 이런 전문적인 기법에서 친구를 사귀는 도리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 일반에 와 닿는다. 명말청초의 문인 陸紹珩(육소형)이 좋은 말을 남겼다.
그의 저서 ‘醉古堂劍掃(취고당검소)’는 딱딱한 도덕적 설교보다 부드러운 만필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격언과 경구를 모은 책이란 평을 받는다. 벗은 이렇게 사귀어야 한다고 나오는 集醒(집성)편을 보자.
‘처음엔 담담하다가 차차 진하게, 앞서는 소원한 듯 나중엔 친하게(先淡後濃 先疎後親/ 선담후농 선소후친), 먼저는 멀리 하다 끝에는 가까워지는 것이 벗을 사귀는 도리이다(先遠後近 交友道也/ 선원후근 교우도야).’ 이후에도 좋은 말이 이어진다. ‘사귀기 전에 잘 살피고 사귄 뒤에는 믿어야 한다’, ‘한 마음으로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지만 두마음으로는 한 명의 친구조차 사귈 수 없다’ 등이다.
이 친구 사귀는 법은 우리 속담에도 적합한 비유가 있다. 처음엔 자신에 득이 된다고 ‘간이라도 빼어 먹일 듯’ 접근한다. 다른 곳의 이익이 더 크게 보이면 ‘간에 붙었다 염통에 붙었다’ 한다. 이렇게 하다간 나중에 모두를 잃을 수가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크게 인심을 쓴다고 혹했다가 돌아오는 것은 배반감일 때가 많다. 명구가 많은 菜根譚(채근담)에서도 점잖게 가르친다. ‘은혜는 마땅히 엷음으로부터 짙어져야 하는데, 만일 먼저 짙고 나중에 엷으면 사람들이 그 은혜를 잊는다(恩宜自淡而濃 先濃後淡者 人忘其惠/ 은의자담이농 선농후담자 인망기혜).’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