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세이공청洗耳恭聽 – 귀를 씻고 남의 말을 경청하다. 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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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5일 월요일

세이공청洗耳恭聽 – 귀를 씻고 남의 말을 경청하다. 

세이공청洗耳恭聽 – 귀를 씻고 남의 말을 경청하다. 

세이공청(洗耳恭聽) – 귀를 씻고 남의 말을 경청하다.\xa0

씻을 세(氵/6) 귀 이(耳/0) 공손할 공(心/6) 들을 청(耳/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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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피해 산야에 묻혀 사는 隱者(은자)라 하면 대뜸 중국의 許由(허유)와 巢父(소보)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친구 사이라는 이들은 실제 인물이라기보다는 堯(요) 임금 때 살았다는 전설에만 나온다. 아비 父(부)는 어른 경칭일 땐 보. 許繇(허요, 繇는 성할 요)라고도 하는 허유는 임금 자리를 맡아달라는 소리에 귀가 더럽혀졌다며 귀를 씻었다(洗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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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를 떠나 나무에서 살았다는 소보는 그런 귀를 씻은 강물을 자신의 소에게 먹일 수 없다고 하여 상류로 끌고 갔던 사람이다. 이렇게 하면 귀를 씻는다는 말이 세상과 완전 담을 쌓은 고집불통을 연상하나 여기에 공손히 듣는다(恭聽)란 말과 결합하려 쓰이면서 귀를 씻고 남의 말을 경청한다는 뜻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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西晉(서진)의 학자 皇甫謐(황보밀, 215~282, 謐은 고요할 밀)은 벼슬을 하지 않고 숨어 사는 학덕이 높은 선비들을 모아 ‘高士傳(고사전)’을 저술했다. 두 은자가 등장하는 내용을 보자. 沛澤(패택)이란 곳에서 살던 허유는 사람됨이 의리를 지키고 행동이 바르며 부정한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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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군 요임금이 이런 훌륭한 사람에게 왕위를 물려주려고 찾아가자 정치에 뜻이 없던 허유는 箕山(기산)이란 곳으로 숨었다. 요임금은 처음 허유가 겸손해서 그러는 줄 알고 다시 사람을 보내 九州(구주)의 장이라도 맡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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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듣고 허유는 한층 역겨워하면서 산 아래의 潁水(영수)라는 강가에 내려가 귀를 씻었다(由不欲聞之 洗耳於潁水之濱 /유불욕문지 세이어영수지빈). 濱은 물가 빈. 이 고장에 은거생활을 하던 친구 소보가 송아지를 끌고 와 물을 먹이려다 마침 이 모습을 보고 연유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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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유의 이야기를 들은 소보는 쓸데없이 떠다니며 명예를 낚으려는 행동은 옳지 않다고 나무랐다. 강물에 귀를 씻었으니 송아지의 입이 더러워지겠다며 상류로 끌고 가서 물을 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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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씻는다는 말이 경청하는 뜻으로 바뀐 것은 元(원)나라 이후 잡극에서 사용됐다. 작가 關漢卿(관한경)이 關羽(관우)에 대해 쓴 ‘單刀會(단도회)’에선 ‘군후께서는 말씀하십시오. 소관은 귀를 씻고 경청하겠습니다(請君侯試說一遍 下官洗耳恭聽/ 청군후시설일편 하관세이공청)’란 대사가 등장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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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싫은 이야기를 듣고서 바로 의견을 내친다면 그 조직은 발전할 수 없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두루 들으면 현명해진다는 兼聽則明(겸청즉명)이란 말도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 반대 측의 좋은 방안도 받아들여야 진정한 화합을 이루는 것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