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유도笑中有刀 - 웃음 속에 칼이 있다, 겉으로 웃으며 속으로 해치다.
소중유도(笑中有刀) - 웃음 속에 칼이 있다, 겉으로 웃으며 속으로 해치다.
웃음 소(竹/4) 가운데 중(丨/3) 있을 유(月/2) 칼 도(刀/0)
말과 행동이 하나로 들어맞는 言行一致(언행일치)를 이상으로 생각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은 연유인지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속담이 생겼겠다. 얼굴은 험상궂게 생겼어도 마음은 천사인 사람들이 속상해 하면서 ‘까마귀가 검기로 마음도 검겠나’고 항의할 일이다.
겉모습만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는 교훈인데 그럼에도 실천은 어려워 따끔한 말이 많이 생겼다. ‘속 각각 말 각각’에서부터 하는 말에 악의가 들어있는 경우는 ‘속에 뼈 있는 소리’라 했다. 악의 정도가 아니라 해칠 마음이 있을 때는 ‘웃음 속에(笑中) 칼이 있다(有刀)’고 한다. 그대로 번역한 속담성어인 듯해도 유래가 있다.
중국에서 악명을 떨치는 간신이 많은 중에 李義府(이의부)는 唐(당)나라 초기의 대표적인 아첨배였다. 그는 미천한 집안에서 났어도 열심히 학문에 정진했고 문장력도 좋아 과거를 통해 등용됐다. 이의부는 웃으면서 겸손하게 사람을 대하지만 속에 칼을 감췄다는 笑裏藏刀(소리장도)의 음흉함이 있었다.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자에겐 가차 없이 보복을 가해 사나운 살쾡이 李猫(이묘)라 불릴 정도였다. 2대 太宗(태종)에 아첨으로 신임을 받고 3대 高宗(고종)이 선왕의 후궁이었던 武則天(무측천)을 왕후로 들일 때 적극적으로 지지하여 높은 벼슬에 올랐다.
이의부가 절세의 여죄수를 빼돌려 첩으로 삼으려다 발각된 일이 있었다. 두려움에 옥리가 자살했는데 감찰하던 王義方(왕의방)이 주범 이의부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청했으나 신임하던 고종에 의해 오히려 외지로 쫓겨났다. 안하무인이 된 이의부는 더욱 매관매직에 힘써 거금을 긁어모았다.
‘당시의 사람들은 이의부의 웃음 속엔 칼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故時人言 義府笑中有刀/ 고시인언 의부소중유도).’ ‘舊唐書(구당서)’의 열전에 교묘한 수법을 말한 내용이다. 칼보다 더 큰 검을 숨긴 간신도 있다. 당 玄宗(현종)의 신임으로 날뛴 李林甫(이임보)다. 정적을 제거할 때는 한껏 상대방을 추어세운 다음 뒤통수를 치는 口蜜腹劍(구밀복검)의 창시자였다.
이런 간신배들의 수법을 마음속으로 좋지 않게 생각하면서 보통사람들도 겉으로만 좋은 것처럼 꾸미는 경우가 많다고 오래전부터 믿어왔다. 지위의 높고 낮음은 관계없이 자주 보는 일이다. 보는 앞에서는 굽실거리다 돌아서면 욕을 해대는 面從腹背(면종복배)의 사람들이다. 이보다 더 분통터지게 하는 높은 사람들도 있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며 정의를 위한다는 지도급 저명인사는 알고 보면 시정잡배보다 더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난다.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파는 懸羊頭 賣狗肉(현양두 매구육)이 이들을 말한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