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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5일 월요일

도원낙토桃源樂土 – 복숭아꽃 피는 살기 좋은 땅, 속세 떠난 이상향

도원낙토桃源樂土 – 복숭아꽃 피는 살기 좋은 땅, 속세 떠난 이상향

도원낙토(桃源樂土) – 복숭아꽃 피는 살기 좋은 땅, 속세 떠난 이상향

복숭아 도(木/6) 근원 원(氵/10) 즐길 락(木/11) 흙 토(土/0)

영국의 토머스 모어(Thomas More)가 창조한 유토피아(utopia)는 이상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1515년에 쓴 이 공상 사회소설에서 유토피아는 정치와 경제, 종교의 자유가 완벽하게 갖춰진 나라이지만 그리스어가 뜻하는 바대로 ‘어느 곳에도 없는’ 나라라고 한다. 이와 같은 이상향은 동양에도 있었다. 여기에는 복숭아꽃 피는 아름다운 극락세계를 비유한 桃源境(도원경)이다. 도원의 살기 좋은 땅(樂土)은 武陵(무릉) 지방의 한 어부가 발견했다고 武陵桃源(무릉도원)이라고도 한다. 동서를 막론하고 현실세계에선 존재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해서 이 지역도 가상이다.\xa0

동양의 이상향을 창조한 사람은 중국 六朝(육조) 최고의 시인인 陶淵明(도연명, 365~427)이다. 東晉(동진) 출신으로 이름이 潛(잠)인 그는 歸去來辭(귀거래사)에 못지않게 유명한 ‘桃花源記(도화원기)’를 썼다. 작자가 살던 동진 말기는 전화가 계속되어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 있었다. 이 글은 어두운 현실에서 도피하는 이상세계를 풍부한 상상력으로 묘사하여 仙境(선경)의 전승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내용을 간추려보자.\xa0

진나라 무릉이란 곳에 고기잡이를 업으로 하는 어부가 살고 있었다. 어부가 흐르는 물을 따라 배를 몰고 가다 길을 잃었는데 홀연히 복숭아나무 숲이 나타났다(緣溪行 忘路之遠近 忽逢桃花林/ 연계행 망로지원근 홀봉도화림). 숲을 따라가다 작은 굴을 발견하여 안으로 들어가 보니 새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그곳서 사는 남녀노소 모두들 고기와 술, 음식을 대접하며 어부를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그들은 秦(진)나라 때 난세를 피해 왔으며 그 후 漢(한)나라의 건국과 멸망도 모르고 있었다. 집집마다 융성한 대접을 받고 떠날 때 당부했다. ‘외부 사람들에게 말할 거리가 못됩니다(不足爲外人道也/ 부족위외인도야).’ 마을에 돌아와서 태수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즉시 사람들을 동원하여 찾아보았으나 어느 곳에서도 그런 이상향은 없었다.

이상향은 가상의 세계지만 정치인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집권하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렇지만 국민들의 삶이 나아졌다고 믿는 사람은 드물다. 말만 앞세우기 때문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을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삶이 모두에 보장되면 만족하는 법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