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과하욕受袴下辱 -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며 굴욕을 참다.
수과하욕(受袴下辱) -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며 굴욕을 참다.\xa0
받을 수(又/6) 바지 고, 사타구니 과(衣/6) 아래 하(一/2) 욕될 욕(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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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동급생 끼리나 동네 불량배들이 시비를 걸어오며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라고 강요하는 일이 있다. 수가 달려, 또는 힘이 약해 어쩔 수 없이 하게 될 때 그 치욕은 평생 갈 것이다. 그런데 힘이 있으면서도 굴욕을 참고 기어나간 사람이 있어 오랫동안 기림을 받는다. 바로 젊을 때의 韓信(한신)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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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의 굴욕을 참지 못하고 울컥하여 다툼을 벌였다면 몸이 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受袴下辱은 큰 뜻을 품은 사람은 쓸데없이 작은 일로 시비를 벌이지 않는 것을 뜻하는 말이 됐다. 袴와 같이 사타구니를 뜻하는 胯(과)를 써서 胯下之辱(과하지욕)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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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史記(사기)’ 淮陰侯(회음후)열전에 한신의 불우했던 젊은 시절 이야기가 나온다. 秦漢(진한) 교체기에 楚(초)의 項羽(항우)를 四面楚歌(사면초가)의 궁지까지 몰아넣었던 장군이고, 劉邦(유방)이 통일한 뒤 兎死狗烹(토사구팽) 당했던 그 한신이다. 평민으로 지낼 때 그는 가난하고 행실도 좋은 편이 아니라서 추천해 주는 사람도 없이 빈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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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 성 밑 淮水(회수) 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데 한 아낙네가 한신의 굶주린 모습을 보다 못해 며칠간 밥을 주었다. 후에 제후가 되어 여인에 천금으로 은혜를 갚은 것이 一飯之恩(일반지은) 고사다. 이런 모습을 보고 한 무뢰배가 한신에게 키도 크고 칼도 차고 있지만 겁쟁이라며 시비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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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가 있으면 나를 찌르고 그렇지 않으면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가라(信能死 刺我 不能死 出我袴下/ 신능사 자아 불능사 출아과하).’ 물끄러미 불량배를 바라보던 한신은 머리를 숙이고 그의 가랑이 밑을 기어갔고 사람들은 모두 겁쟁이라 비웃었다.
대인 한신은 뒤에 자신을 모욕한 이 무뢰배를 불러 中尉(중위)에 임명하며 말했다. 분을 참지 못하고 만일 그 때 죽였으면 이름을 얻을 수 없어 참았기 때문에 오늘이 있게 됐다고.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