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구준승規矩準繩 - 목수가 쓰는 그림쇠와 자, 수준기, 먹줄.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법도
규구준승(規矩準繩) - 목수가 쓰는 그림쇠와 자, 수준기, 먹줄.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법도
법 규(見/4) 법 구(矢/5) 준할 준(氵/10) 노끈 승(糸/13)
나무로 집이나 가구를 만드는 木手(목수)를 죽은 나무에 두 번째의 목숨을 주는 사람이라 극찬하는 말이 있다. 요즘은 부분 나무판으로 짜 맞추는 DIY(do-it-yourself) 가구도 나왔지만 보통 사람이 따르지 못하는 손재주를 찬탄한 말이겠다. 魯(노)나라에서 궁중 목공일을 하는 慶(경)이라는 사람은 악기 틀을 어찌나 잘 만들었는지 보는 사람마다 귀신의 솜씨라며 놀라워했다고 莊子(장자)에서 이야기한다. 경은 딴 재주보다 7일간 재계한 뒤 숲에서 마음속에 그린 틀에 하나가 되는 나무를 골라 만들 뿐이라 했다. 이런 귀신같은 솜씨를 가졌더라도 맨손으로 작품을 낼 수는 없다.
목수가 작업을 할 때 꼭 필요한 것이 크고 작게 원을 그리는 컴퍼스인 걸음쇠와 ‘ㄱ’자 모양의 곱자(曲尺/ 곡척)다. 이 둘을 합쳐 規矩(규구)라 한다. 중국 전설의 창조신 伏羲(복희)와 女媧(여와)가 가진 것이 이것이라 한다. 여기에 면이 평평한지 눈금자로 알아보는 수준기와 먹을 묻혀 곧게 줄을 치는 먹줄도 빠질 수 없는데 이 둘은 합쳐 準繩(준승)이다. 이 네 가지 필수 연장은 목수뿐만이 아니라 아무리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이라도 표준은 지킬 수 있는 규칙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꼭 지켜야 할 법도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이 말을 강조하여 쓴 곳은 ‘孟子(맹자)’에서다. 離婁(이루) 상편 첫 부분부터 나온다. ‘이루의 밝은 시력과 공수자의 뛰어난 재주가 있어도 규구를 쓰지 않으면 네모와 원을 제대로 그리지 못한다(離婁之明 公輸子之巧 不以規矩 不能成方圓/ 이루지명 공수자지교 불이규구 불능성방원).’ 이루는 黃帝(황제) 때의 전설적인 인물로 백보 밖에서 가는 털 秋毫(추호)를 구분했고, 공수자는 이름이 般(반), 魯(노)나라에서 손재주가 뛰어난 기술자라 했다. 또한 성인은 밝은 눈으로 잘 살피고 ‘규구와 준승을 계속 사용하여(繼之以規矩準繩/ 계지이규구준승)’ 그 쓰임이 끝이 없었다고 덧붙인다.
성군인 堯舜(요순)은 자의적으로 정치를 행하지 않고 이전의 도를 잘 지켜 인정을 베풀었고 천하를 잘 다스릴 수 있었다. 전해 내려오는 훌륭한 전통이나 법도가 있어도 처박아두고 지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재량이 있는 자리에 앉은 사람이라도 항상 자신이 행하는 일이 법도에 맞는 일인지, 아랫사람의 불만을 사는 일이 아닌지 잘 살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