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호충비ㅣ宿虎衝鼻
숙호충비ㅣ宿虎衝鼻
○ 자는 범의 코를 찌른다
○ 宿(잘 숙) 虎(범 호) 衝(찌를 충) 鼻(코 비)
자는 범의 코를 찌른다의 뜻으로,가만히 있는 사람을 건드려서 화(禍)를 스스로 불러들이는 일
조선 인조 때의 洪萬宗(홍만종)이 쓴 ‘旬五志(순오지)’에서 볼 수 있다. 보름이 걸려 책을 완성했다 해서 이름을 ‘순오지’라 했다는 그 책이다. 중국에는 쓰지 않는 성어가 숱하게 등장한다.
예를 들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를 鯨戰鰕死(경전하사)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猫項懸鈴(묘항현령)으로 했으니 흥미롭다. 그런데 순오지에는 ‘宿虎衝本 言誤觸而取患(숙호충본 언오촉이취환/ 잠자는 호랑이에게 코침을 주듯 잘못 건드려서 화를 초래한다)’으로 되어 있고 조선 후기 朴慶家(박경가)가 지은 한국어 어원연구서 ‘東言考略(동언고략)’과 趙在三(조재삼)이 쓴 ‘松南雜識(송남잡지)’에 宿虎衝鼻로 바로 나온다.
그리고 茶山(다산) 丁若鏞(정약용)이 엮은 ‘耳談續纂(이담속찬)’에는 ‘虎方之睡 莫觸其鼻 言不可挑禍也(호방지수 막촉기비 언불가도화야/ 호랑이가 잠을 자고 있을 때 그 코를 건드리지 말라. 괜히 화를 자초해서는 옳지 않다)로 되어 있다. 어느 것이나 뜻은 같다. 풀숲을 쳐서 뱀을 괜히 놀라게 한다는 打草驚蛇(타초경사)도 같은 뜻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