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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3일 토요일

순갱노회蓴羹鱸膾 - 순채국과 농어회, 고향의 맛 

순갱노회蓴羹鱸膾 - 순채국과 농어회, 고향의 맛 

순갱노회(蓴羹鱸膾) - 순채국과 농어회, 고향의 맛\xa0

순채 순(艹/11) 국 갱(羊/13) 농어 로(魚/16) 회 회(肉/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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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한자로 이뤄진 성어지만 뜻은 단순히 고향의 맛을 가리킨다. 蓴羹(순갱)은 순채라는 나물로 끓인 국이고 鱸膾(노회)는 농어로 회를 친 음식이다. 순나물이라고도 하는 순채는 수련과의 수초로 논에서 기르기도 하고 약용 외에 어린 순을 식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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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고기 농어는 타원형의 몸통에 검은 점이 많고 자랄수록 맛을 좋다. 지역에 따라 특산품이 많아 고향의 맛을 상징하는 것이 다 다를 텐데 순채국과 농어회가 오른 것은 중국 西晉(서진) 때 張翰(장한)이라는 사람의 고사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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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은 吳郡(오군) 출신으로 문장에 뛰어났다. 격식을 싫어하고 예절에 구애받지 않아서 사람들이 그를 江東步兵(강동보병)이라 불렀다. 장한은 진나라 惠帝(혜제)때 司馬冏(사마경, 冏은 빛날 경)이 집정하자 그의 밑에서 벼슬자리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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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나라가 시끄러워지고 세력을 좌우하던 사마경이 실권할 것을 예측하고는 자신에게도 화가 미칠 것을 두려워해 떠날 결심을 했다. 洛陽(낙양)에 있을 때 가을바람이 불자 ‘고향 땅의 진미인 연한 나물과 순채로 끓인 국, 농어가 생각났다(思吳中菰菜 蓴羹 鱸魚膾/ 사오중고채 순갱 로어회).’ 菰는 부추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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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장한은 말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신의 뜻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이 귀중한 일이다. 어찌 벼슬로 수천리 떨어져 살면서 명예나 작위를 노리겠는가(人生貴得適志 何能羈宦數千里以要名爵乎/ 인생귀득적지 하능기환수천리이요명작호)!’ 미련 없이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와 유유자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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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한 때의 기분으로 사후에 올 명예는 생각하지 않는 행동이라 하자 장한은 지금의 한 잔 술이 죽은 뒤의 어떤 것보다 귀하다고 했다. 房玄齡(방현령) 등이 편찬한 ‘晉書(진서)’ 열전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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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의 결단은 상급자에 굽실거리는 것이 싫다며 歸去來辭(귀거래사)를 읊은 陶淵明(도연명)을 연상시킨다. 이 성어는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면서 인생은 자신의 뜻에 적합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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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삶이 없어진 현대사회에서 직장이나 직업을 선택할 때 업무와 사생활의 균형을 갖추려는 워라밸(Work-life balance)로 발전한 셈이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小確幸(소확행)도 상통한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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