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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9일 화요일

망우물忘憂物 - 온갖 시름을 잊게 하는 물건, 술의 이칭

망우물忘憂物 - 온갖 시름을 잊게 하는 물건, 술의 이칭

망우물(忘憂物) - 온갖 시름을 잊게 하는 물건, 술의 이칭

잊을 망(心/3) 근심 우(心/11) 물건 물(牛/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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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들이 흔히 하는 말로 술은 百藥之長(백약지장)이라 내세운다. 온갖 뛰어난 약 가운데서도 가장 으뜸이라는 뜻이지만 어엿이 漢書(한서)에 등장하니 예로부터 믿었던 말이다. 戰國策(전국책)에는 이보다 훨씬 이전 술의 기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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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黃帝(황제)의 딸 儀狄(의적)이 술을 맛있게 빚어 夏(하)나라 禹王(우왕)에게 바쳤다. 우왕이 이를 맛보고 감칠맛에 매료됐지만 후세에 반드시 술로 나라를 망치는 자가 있을 것이라며 멀리 했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약이 되는 술이라도 사람들이 적당한 선을 넘기 일쑤라 온갖 해악의 대명사로 지탄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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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시름을 잊게 해 주는 물건(忘憂物)이란 이 성어도 술의 이칭이다. 歸去來辭(귀거래사)로 중국 六朝(육조) 최고의 시인이라 일컬어지는 陶潛(도잠, 365~427)의 ‘飮酒(음주)’란 시 구절에서 나왔다. 자인 淵明(연명)으로 더 유명한 그는 현령직을 지내던 중 자연을 좋아하는데다 쌀 다섯 말 때문에 상관에게 허리를 굽힐 수 없다며 五斗米折腰(오두미절요)란 말을 남기고 낙향하여 20수의 음주시를 썼다. 이 시의 서문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중 우연히 귀한 술이 생겨 혼자 마시다 취하고 나면 자주 시를 읊으며 흐뭇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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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제7수에 나오는 부분을 보자. ‘가을 국화 곱기도 하여 이슬이 내려앉은 꽃잎을 따네. 이 시름 잊으려 술에다 띄우니 속세와 멀어진 심정 더욱 간절하구나. 잔 하나로 혼자 마시다 취하니 빈 술병과 더불어 쓰러지누나(秋菊有佳色 裛露掇其英 汎此忘憂物 遠我遺世情 一觴雖獨進 杯盡壺自傾/ 추국유가색 읍로철기영 범차망우물 원아유세정 일상수독진 배진호자경).’ 裛은 향내밸 읍, 掇은 주울 철, 觴은 잔 상, 壺는 병 호. 국화를 노래한 유명한 구절 국화를 꺾어 멀리 남산을 바라본다는 采菊東籬下(채국동리하)도 바로 이 음주시의 제5수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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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시름을 잊게 해주기보다 걱정을 가져오는 일이 더 많은 것 같아 탈이다. 이래저래 살기 힘든 탓인지 국민들의 술 소비량은 늘어난다고 한다. 술이 약이 되는 순기능을 찾는 날이 오기는 올까.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