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배하풍甘拜下風 - 바람 불어가는 쪽으로 절을 하다, 스스로 몸을 낮추다.
감배하풍(甘拜下風) - 바람 불어가는 쪽으로 절을 하다, 스스로 몸을 낮추다.
달 감(甘/0) 절 배(手/5) 아래 하(一/2) 바람 풍(風/0)
사람이나 사물의 질이 낮은 것을 일러 下風(하풍)이라 한다. 사전에는 이 뜻 밖에 없지만 바람이 불어가는 쪽이란 의미로 사용된 곳이 많다. 孫子兵法(손자병법)에 나오는 전술에 따른 火攻(화공)의 다섯 가지 원칙 중에는 이런 말이 있다. ‘화공은 바람이 위를 향할 때 실시하고, 바람이 아래로 향할 때는 공격하지 않는다(火發上風 無攻下風/ 화발상풍 무공하풍).’ 바람이 불어가는 쪽은 말소리가 잘 들리는 곳으로 민의가 향하는 곳이기도 하다. 바람이 불어가는 쪽을 향하여 기꺼이 머리 조아려 절을 한다(甘拜)는 것은 대의를 좇아 자신을 낮춘다는 뜻이다. 바람과 맞서 싸울 때는 逆風(역풍)을 맞는다.
孔子(공자)의 春秋(춘추)를 해석한 三傳(삼전) 중에서 가장 평가받는 左丘明(좌구명)의 ‘左氏傳(좌씨전)’에 관련 이야기가 실려 있다. 晉(진)의 獻公(헌공) 말년에 맞은 계비 驪姬(여희, 驪는 검은말 려)의 음모로 태자가 자살하고, 두 왕자 重耳(중이)와 夷吾(이오)는 쫓겨났다. 헌공이 죽자 중신과 이웃 秦(진)나라의 도움으로 막내 이오가 먼저 왕위에 올라 惠公(혜공)이 되었다. 그런데 혜공은 은혜를 모르는 용렬한 군주였다. 秦穆公(진목공)이 왕위에 오르도록 도움을 줬고, 흉년이 들었을 때 양곡을 보내준 호의를 무시하여 보복을 부른 것이다.
秦(진)나라가 기근이 들었을 때 晉(진)에게 양곡을 보내주도록 요청하자 혜공은 대부 慶鄭(경정)의 간언에도 불구하고 거절했다. 분노한 목공이 전투를 벌여 韓原(한원) 땅에서 진창에 빠진 혜공을 사로잡았다. 포로로 끌려가는 혜공을 따라 대부들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함께 했다. 목공이 배은망덕한 혜공 외에 그대들까지 포로로 할 수 없다고 하자 대부들은 머리를 조아린다. ‘하늘과 땅도 진실로 군주의 말씀을 들었으며 우리들 모두 부족함을 인정합니다(實聞君之言 群臣敢在下風/ 실문군지언 군신감재하풍).’ 이후 淸(청)나라의 소설에서 甘拜(감배)로 바뀌어 사용된 것이 나타난다.
사람은 모두가 자신이 모자라는 것을 모르고 제일인 줄 우쭐댄다. 특히 남보다 우월하다는 지도자란 사람들은 더하다. 고위 공직자들은 국민들이 자신들을 위해 있는 줄 안다. 선출직들은 선거 때에는 허리가 꺾일 듯이 유권자에게 몸을 굽히다가도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 하며 뻣뻣하다. 하풍을 따라 겸손을 모르다가는 태풍이 닥치듯 뒤집어진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