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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7일 수요일

노생상담老生常譚 - 늙은 서생의 항상 하는 이야기, 시세에 어두운 케케묵은 이야기

노생상담老生常譚 - 늙은 서생의 항상 하는 이야기, 시세에 어두운 케케묵은 이야기

노생상담(老生常譚) - 늙은 서생의 항상 하는 이야기, 시세에 어두운 케케묵은 이야기

늙을 로(老/0) 날 생(生/0) 떳떳할 상(巾/8) 말씀 담(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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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말이라도 여러 번 들으면 좋아할 사람이 없다. 忠言逆耳(충언역이)라고 좋게 되라며 충고해주는 말도 귀담아 듣는 사람이 드물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지’란 속담은 되풀이되는 말에 질색인 것을 잘 말해준다. 잘 되라고 해 주는 옳은 이야기도 이러한데 늙은 서생(老生)이 늘 하는 이야기(常譚)라면 질색이라 여기는 사람이 더 많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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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가 늘 하는 常套的(상투적)인 말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의견이라고 치부해버린다. 무조건 이렇게 밀어놓을 것은 아닌데 우선 이 말의 유래와 관계 깊은 管輅(관로, 輅는 수레 로)란 사람을 보자. 중국 三國時代(삼국시대, 220년~280년) 魏(위)나라의 기이한 재주를 지닌 술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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陳壽(진수)의 ‘三國志(삼국지)’에 독립된 열전이 있고 劉義慶(유의경)이 쓴 일화집 ‘世說新語(세설신어)’의 規箴(규잠)편에 소개돼 있을 정도의 비중이다. 관로는 특이한 용모에 언행도 거친 면이 있었지만 어릴 때부터 별자리 살피기를 좋아했고 주역을 통달하여 신동이란 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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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을 잘 치고 관상술에 능했기 때문에 曹操(조조)를 비롯한 당시의 권력자들이 운세를 물었고 모두 들어맞아 유명인이 되었다. 소문을 들은 何晏(하안)이 찾아와서 자신의 꿈 이야기를 하며 해몽해주도록 요청했다. 하안은 조조의 양아들로 학문도 뛰어났는데 푸른 색 파리 열 마리가 코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꿈을 꾸었다며 三公(삼공)의 지위에 언제 오를 수 있는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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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로가 설명한다. 코는 산을 의미하고 산은 움직이지 않는 높은 자리를 말하는데 그만큼 파리들이 주위에 모여들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옛날 周公(주공)의 덕과 孔子(공자)의 가르침을 잘 깨우쳐야 그것을 쫓을 수 있다고 했다. 하안과 같이 왔던 무신 鄧颺(등양, 颺은 날릴 양)이 곁에서 듣고 툭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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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은 이 노생이 늘 하는 이야기지요(此老生之常譚/ 차로생지상담).’ 관로가 답했다. ‘노생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것도 보이고, 늘 이야기하는 자는 이야기하지 않는 것도 보이지요(夫老生者見不生 常譚者見不譚/ 부로생자견불생 상담자견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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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안 일행은 관로가 비법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덕행을 쌓아야 한다는 공자님 말씀을 늘어놓자 귀담아 듣지 않고 가버렸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이들은 왕의 최측근이 되어 권력을 휘두르다 司馬懿(사마의)와의 세력다툼에 몰려 참수형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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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먼저 산 사람들의 경험을 이야기하면 또 ‘나 때는 말이야’ 한다고 젊은이들은 고개를 돌린다. 설득을 하지 않고 늘 같은 이야기에 고집을 부리는 태도로 외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어린아이 말이라도 귀담아 들으라고 했는데 老馬之智(노마지지)는 받아들일 것이 많을 수 있다. 다만 경험과 지혜를 말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에 달렸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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