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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2일 금요일

지상담병紙上談兵 - 종이 위 지도로 병법을 말하다, 쓸데없이 공론을 일삼다.   

지상담병紙上談兵 - 종이 위 지도로 병법을 말하다, 쓸데없이 공론을 일삼다.   

지상담병(紙上談兵) - 종이 위 지도로 병법을 말하다, 쓸데없이 공론을 일삼다.\xa0 \xa0

종이 지(糸/4) 윗 상(一/2) 말씀 담(言/8) 병사 병(八/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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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에 연구를 많이 하여 의외의 사태에 대처하는 방법을 훤히 꿰고 있다. 이론만 능통하면 자신만만, 하지만 약간 다른 사태만 와도 당황한다. 실제 부닥쳐 일을 처리하고 경험에 의해 숙달한 사람은 능숙하게 해결한다. 이론이 훤해도 현실성이 없고 실제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실익이 없다. 실현성이 없는 꿈을 좇기보다 곁에 있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앞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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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이 짠 것을 알아도 음식에 넣지 않으면 맛을 낼 수 없다고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고 했다. 竈上鹽 執入後鹹(조상염 집입후함, 竈는 부엌 조, 鹹은 짤 함)이라 한역했다. 이런 행동이 따르지 않고 책상 위에서만 주고받는 것이 卓上空論(탁상공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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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지형지물을 모르고 지도 위에서만(紙上) 병법을 말한다면(談兵) 전투를 이길 수 없다. 이 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람이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趙(조)나라의 장군 趙括(조괄)이다. 조괄은 세리 출신으로 국고를 튼튼히 한 뒤 장군이 되어서도 용병을 잘 했던 趙奢(조사)의 아들이다. 어려서부터 스스로 병법을 익힌 조괄은 자신보다 잘 하는 사람이 없다고 기고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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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조사는 ‘전쟁이 목숨을 거는 일인데 조괄이 너무 쉽게 말한다(兵死地也 而括易言之/ 병사지야 이괄역언지)’며 아들이 장군이 된다면 틀림없이 패배한다고 걱정했다. 조나라를 침입한 秦(진)나라에서 이 소식을 듣고 첩자를 시켜 조괄이 대장군이 되는 일만 없으면 이길 수 있다고 소문을 퍼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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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라 왕이 조사 장군과 명신 藺相如(인상여, 藺은 골풀 린)의 반대를 물리치고 국경을 든든히 지키고 있던 廉頗(염파) 장군 대신 조괄을 앉혔다. 백전노장 白起(백기)가 지휘하는 진나라 병사에 파격적인 전술로 대항하던 조괄은 보급로가 끊겨 40일을 버티다 자신도 화살에 맞아 죽고 40만 대군은 생매장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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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長平(장평) 전투인데 입으로만 전투를 하는 장군에 맡겼다가 조나라는 망국에 이르게 됐다. 내용은 ‘史記(사기)’ 열전에 실려 있는데 전국시대에 아직 종이가 발명되기 전이라 성어의 직접출전은 아니라도 机上空論(궤상공론)은 무방하니 여기서 유래한 이야기로 본다. 泣斬馬謖(읍참마속)으로 알려진 마속이 街亭(가정)전투에서 참패한 것도 머리에서 나온 병법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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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이 따르지 않은 이론이 허망하다는 선현의 말씀은 숱하다. 아는 것을 말은 느리게 하더라도 행동은 재바르게 해야 한다는 訥言敏行(눌언민행)은 論語(논어)에서 왔다. 학문을 가르치면서도 몸소 실천하지 않는다면 구두선에 불과하다(講學不尙躬行 爲口頭禪/ 강학불상궁행 위구두선)는 말은 菜根譚(채근담)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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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방면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짜내 나라의 정책을 펴내는데 이론대로라면 벌써 서민들의 주름살은 펴졌을 테다. 이론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어렵고, 부작용이 드러나는데도 고치는 것은 더 어려워 밀고 나가니 해결은 더 꼬인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