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구용阿諛苟容 - 남에게 아첨하여 구차스럽게 얼굴을 꾸미다.
아유구용(阿諛苟容) - 남에게 아첨하여 구차스럽게 얼굴을 꾸미다.
언덕 아(阝/5) 아첨할 유(言/9) 구차할 구(艹/5) 얼굴 용(宀/7)
돈이나 권세 앞에, 또는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알랑거리는 阿諂(아첨)은 누구나 배격한다. 윗자리에 있는 사람은 아부하는 사람을 싫어하고 불이익을 준다고 내세우고는 비위나 맞추는 부하를 좋아한다. 아랫사람도 알랑거리는 것과는 담을 쌓았다고 큰소리치지만 은연중에 상사가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인간은 아첨하는 동물’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자신도 모르게 힘 앞에 무력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나타내는 말이 많은 것도 아첨을 조심하라는 말이겠다. 상관의 수염을 불어주고 변까지 맛본다는 拂鬚嘗糞(불수상분), 그름과 치질을 핥아준다는 吮癰舐痔(연옹지치), 말똥 위에서 무릎으로 긴다는 膝行馬矢(슬행마시) 등 여럿이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阿諛) 구차스럽게 얼굴을 꾸미는(苟容) 일도 孟子(맹자)가 아첨으로 여겨 가치를 두지 않았다. 滕文公(등문공) 하편에 실린 내용이다. 뛰어난 언변으로 제후들을 설득하는 변설가 景春(경춘)이란 사람이 맹자에게 公孫衍(공손연)이나 張儀(장의) 같은 종횡가가 진정한 대장부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들이 한번 성을 내면 제후들이 두려워하고, 가만히 있으면 천하가 조용하기 때문이라 했다. 그러나 맹자는 남자가 관례를 할 때나 여자가 시집을 갈 때 부모가 훈계를 한다면서 말을 잇는다. 반드시 공경하고 삼가서 뜻을 어기는 일이 없도록 ‘순종하는 것을 올바르다고 여기는 것은 아녀자의 도리(以順爲正者 妾婦之道也/ 이순위정자 첩부지도야)’라며 일축했다.
두 종횡가는 제후의 뜻을 따르기만 할 뿐 진정으로 보필하지 못했으므로 대장부가 될 수 없고 아녀자의 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朱熹(주희)의 ‘孟子集註(맹자집주)’에는 이들 두 사람을 ‘군주에 아첨하여 구차하게 꾸몄으니 권세를 절취한 것(蓋言二子阿諛苟容,竊取權勢/ 개언이자아유구용 절취권세)’이라 혹평했다.
‘史記(사기)’에는 趙(조)나라의 명장 廉頗(염파)가 자신의 식객들이 벼슬에서 물러나니 빠져나갔다가 권세를 찾으니 몰려들어 아부하는 것을 阿諛苟容이라 한탄했다고 나온다.
좋은 자리도 오래 가지 못하고 그것에 따라 몰려드는 아첨배들도 자기에 이득이 없어졌다 하면 언제든 빠져나갈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이다. 꾸준히 자기 일만 하는 사람이 빛을 늦게 볼지는 몰라도 믿음을 주는 사람이다. 높은 자리의 상관이 진정 조직을 위한다면 어떤 사람을 두어야 할지는 답이 나와 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