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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7일 일요일

불명일전不名一錢 - 자기 이름의 돈이 한 푼도 없음, 아주 가난함

불명일전不名一錢 - 자기 이름의 돈이 한 푼도 없음, 아주 가난함

불명일전(不名一錢) - 자기 이름의 돈이 한 푼도 없음, 아주 가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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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 불(一/3) 이름 명(口/3) 한 일(一/0) 돈 전(金/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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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불명예가 아니고 단지 살아가는데 불편을 느낄 뿐이다. 이렇게 옛 사람들이 미사여구로 가난을 대수롭지 않은 것이라 강조해도 그 불편을 사서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簞食瓢飮(단사표음)이나 斷薺劃粥(단제획죽, <薺는 냉이 제) 같이 어쩔 수 없이 닥친 가난을 극복하는 사람을 예찬하지만 그 상황에 자신이 직접 부딪치기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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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쉬운 방법으로 흥청망청 풍성하게 돈을 뿌리다가 망하게 되면 세상이 싫다. 동전을 주조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억만금의 호사를 누리다 마지막엔 자신의 이름으로 한 푼의 돈도 없이 굶어 죽었다는 鄧通(등통)의 고사는 가난이라도 청빈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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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한)나라 5대 文帝(문제, 기원전 180~157) 때의 사람인 등통은 배를 잘 저었기 때문에 황제가 타는 배의 선장이 됐다. ‘史記(사기)’의 佞倖(영행, 佞은 아첨할 녕) 열전에 상세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영행은 아첨하여 군주의 총애를 받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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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제가 하늘에 오르는 꿈을 꾸게 되었는데 노란 모자를 쓴 뱃사람이 나타나 뒤를 받쳐주어 쉽게 오를 수 있었다. 잠에서 깬 문제가 누각에 올라 꿈속의 일을 생각하며 뱃사람들을 바라볼 때 한 사람의 모습이 아주 닮았다. 바로 등통이란 사람이었다. 별다른 능력도 없었고 인재를 추천할 줄도 몰랐지만 등통은 말이나 행동을 조심했고 궁 밖의 사람들과는 사귈 줄도 몰라 문제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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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한 번은 관상가를 불러 등통을 보게 하니 굶어죽을 상이라 했다. 왕은 등통에 구리광산과 동전을 주조할 권한을 주어 엄청난 부자가 되게 했다. 한번은 문제가 종기를 앓자 등통이 종기를 빨아 주었다. 태자에게 종기를 빨게 하자 마지못해 응했지만 등통을 미워하게 됐다. 문제가 죽고 태자가 景帝(경제)가 되자 면직된 등통의 비위를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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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조한 돈을 나라 밖으로 빼돌린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재산을 몰수했고 등통은 ‘결국 자기 이름으로는 한 푼의 돈도 가지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집에 얹혀살다가 죽었다(竟不得名一錢 寄死人家/ 경부득명일전 기사인가)’.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