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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5일 화요일

목불식정目不識丁 – 눈앞에 고무래를 두고 丁정 자를 모르다, 아주 무식하다.

목불식정目不識丁 – 눈앞에 고무래를 두고 丁정 자를 모르다, 아주 무식하다.

목불식정(目不識丁) – 눈앞에 고무래를 두고 丁(정) 자를 모르다, 아주 무식하다.

눈 목(目/0) 아닐 불(一/3) 알 식(言/12) 고무래 정(一/1)

아는 것이 없는 무식한 사람을 비웃는 말은 의외로 많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 ‘가갸 뒤 자도 모른다’란 속담이 대표적이다. ‘ㄱ’ 모양의 낫을 옆에 두고도 ㄱ(기역) 자를 모르는 까막눈을 비아냥댔다. 콩과 보리를 구별 못하거나 오곡을 알지 못한다고 菽麥不辨(숙맥불변), 五穀不分(오곡불분)이라며 사람을 낮춰 봤다. 아는 것이 없으면 不學無識(불학무식)하고 재주도 없으면 不學無術(불학무술)하다고 했다. 하지만 어설피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편하다는 ‘모르는 것이 부처’란 말이 있고, ‘무식하다는 것은 나쁜 지혜를 배우지 않았다는 말’이란 격언도 있으니 실망할 일은 아니다.

무식하기는 눈앞에 밭의 흙을 고르는 ‘丁’ 자 모양의 농기구를 두고도 丁(정) 자를 알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속담을 번역한 성어로 알기 쉽지만 ‘舊唐書(구당서)’가 출처다. 唐(당)나라 때 張弘靖(장홍정)이란 사람은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오만불손한데다 못나고 무식했지만 부친의 음덕으로 盧龍(노룡)이란 지역의 절도사로 나가게 되었다. 그는 변방에서 고생하는 병사들과 동고동락하지 않고 가마를 타고 즐기며 술에 취한 채 더욱 방자하게 굴었다.

장홍정을 따라온 막료들도 마찬가지여서 군사들을 함부로 대하고 토착민들을 능욕하기 일쑤였다. 부하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서슴없이 이렇게 꾸짖었다. ‘지금 천하가 태평한데 너희들이 포와 활을 당기는 것보다는 정자 하나라도 아는 것이 낫다(今天下無事 汝輩挽得兩石弓 不如識一丁字/ 금천하무사 여배만득량석궁 불여식일정자).’ 이렇게 나오자 참다못한 병사들이 반란을 일으켜 막료들을 죽이고 장홍정을 옥에 가뒀다.

不識一丁(불식일정)에서 丁자는 원래 个(개)가 잘못 쓰인 것이라 한다. 个는 ‘낱 개’로 個(개)와 같다. 장홍정이 한 말은 不如識一个字(불여일식개자)였는데 후세로 오면서 착오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기역 자를 몰라도 사람이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다. 농사짓는데 고무래 정 글자를 아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그것 아니고도 지혜롭게 잘 살아간다. 조금 안다고 무식한 사람을 비웃다가는 곳곳에 전문가들이 많은 세상에 코가 납작해진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