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아주 하찮은 것         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아주 하찮은 것         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24년 3월 22일 금요일

경여홍모輕如鴻毛 - 가볍기가 기러기 털과 같다, 아주 하찮은 것         

경여홍모輕如鴻毛 - 가볍기가 기러기 털과 같다, 아주 하찮은 것         

경여홍모(輕如鴻毛) - 가볍기가 기러기 털과 같다, 아주 하찮은 것\xa0 \xa0 \xa0 \xa0\xa0\xa0

가벼울 경(車/7) 같을 여(女/3) 기러기 홍(鳥/6) 터럭 모(毛/0)

\xa0

중국의 史聖(사성)으로 불리는 司馬遷(사마천, 기원전 145년~80년)은 동양을 넘어 세계 역사서의 걸작 ‘史記(사기)’를 남겼다. 孔子(공자)의 春秋(춘추)와 같이 연대순으로 기록하는 編年體(편년체) 역사서에서 제왕의 연대기 本紀(본기)와 뛰어난 인물의 일대기 列傳(열전)을 중심으로 한 紀傳體(기전체)의 효시로 꼽힌다.

\xa0

전설 속의 黃帝(황제)부터 3000년에 가까운 역사를 130권, 52만6000자에 이르는 방대한 양에 압도되기보다 치욕을 이기고 절대 역사서를 완성한 점과 史筆昭世(사필소세), ‘역사가의 붓이 세상을 밝힌다’는 집필정신이 더욱 정사의 모범으로 칭송받는다.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문학적인 가치도 인정받는데 그 위에 일상의 고사성어 약 25%가 여기서 유래한다니 놀라울 정도다.

\xa0

臥薪嘗膽(와신상담), 兎死狗烹(토사구팽) 등 고사를 설명한 성어가 대부분인데 다른 글에서 내려오는 것도 제법 있다. 기러기의 털(鴻毛)처럼 가볍다(輕如)는 이 말은 하찮은 것을 나타낼 때의 비유다. 앞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다는 戴盆望天(대분망천)과 같이 ‘報任少卿書(보임소경서)’란 글에 실려 있다.

\xa0

잘 알려진 대로 사마천은 匈奴(흉노)에 항복한 친구 李陵(이릉) 장군을 변호하다 宮刑(궁형)의 치욕을 당했다. 그래도 목숨을 부지한 것은 오직 太史(태사)인 가업을 이어 사서를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죽은 듯이 보내는 사마천에게 또다시 任安(임안)이란 친구가 도움을 요청했다.

\xa0

임안은 前漢(전한) 武帝(무제)때 일어난 巫蠱(무고, 蠱는 독벌레 고)의 난에 휩쓸려 억울한 죽음을 눈앞에 둔 처지였다. 하지만 사마천도 도움을 줄 수 없는 처지라 그의 자인 少卿(소경)에 보내는 글에서 구구절절 이해를 구했다. 성어가 나오는 부분은 이렇다.

\xa0

‘사람은 어차피 한번은 죽게 마련인데(人固有一死/ 인고유일사), 어떠한 사람에게는 태산과 같이 무거울 것이요(或重於泰山/ 혹중어태산), 또 어떤 사람에게는 기러기 털처럼 가벼울 것입니다(或輕於鴻毛/ 혹경어홍모).’ 泰山鴻毛(태산홍모)라 하여 무겁고 가벼운 것을 대비하기도 하는데 죽음의 무게를 다루면서 어떻게 사느냐보다 어떻게 죽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xa0

사마천은 무제의 노여움을 사서 생식기를 잘리는 치욕을 당하고서도 찬란한 업적을 남겼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하더라도 숱한 소들의 몸에 있는 털 하나가 없어지는 九牛一毛(구우일모)로 여겨질 터이니 구차하게 이은 생명이 태산보다 더 큰 위업을 이뤄 복수한 셈이 됐다.

\xa0

남을 위한 일이나 직책을 맡은 사람들이 이처럼 뚜렷한 목적을 잊지 않는다면 커다란 성과를 남긴다. 또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젊은이들이 고된 삶을 이겨내는데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xa0